드라마 <사랑의 이해> 몰아본 이유 안녕하세요. 저는 이번 주 큐레이터 김지혜 기자입니다. 나를 넘어 우리를 생각하는 기사에 관심이 많아요.
독자님은 드라마 좋아하시나요? 저는 요사이 잠을 줄여가며 드라마 <사랑의 이해>를 몰아보느라 바빴습니다. 원래 이렇게 ‘달리는’ 스타일은 아니고요. 오히려 끝까지 다 본 드라마가 손에 꼽히게 적은, 까다롭고 게으른 시청자예요. <사랑의 이해>는 뭐가 달랐냐고요? 기사를 읽으며 천천히 얘기해봐요.
사실 ‘장안의 화제’까진 아니었어요. 시청률은 3%대에 그쳤고요, “답답하다” “이해가 안 된다” 같은 반응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종영 이후에도 후유증을 호소하는 시청자들이 많습니다. 여운에 잠겨 드라마에 대한 감상평을 쏟아내는가 하면, 동명의 원작 소설을 찾아 읽기도 합니다. 4년 전 출간된 소설이 뒤늦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 정도예요.
오늘 레터의 제목은 “사랑을 아직도 난 모르겠어~” 절망하는 DJ DOC의 곡에서 따왔습니다. <사랑의 이해>는 이익과 손해, 즉 ‘이해’와 한없이 연루된 사랑의 현실을 보여준 작품이었어요. 도대체 몇 살쯤 되면 이 어려운 사랑을 다 이해하게 될까, 생각하며 제목을 달아봤습니다.
원작 소설을 쓴 이혁진 작가를 문화부 임지선 기자가 서면으로 만났어요. 기사는 약 3분 분량입니다. (혹시 아주 약간의 스포일러라도 피하고 싶으시다면, '대화하기'로 바로 넘어가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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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이해>는 사랑 앞에서 이익과 손해, 즉 이해를 따지며 망설이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 원작 소설을 쓴 이혁진 작가는 사랑의 감정마저 왜곡시키는 '돈의 격차'를 보여주기 위해 은행을 이야기의 배경으로 선택했다.
☑️ 그는 <사랑의 이해>가 "연애소설이 아니라 연애에 관한 소설"이며 "조직 안에서 우리 본성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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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자 이혁진 소설가가 말하는 '사랑의 이해'
2023. 2. 12. 임지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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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주제인 ‘돈과 사랑, 그리고 계급’을 다룬 JTBC 드라마 <사랑의 이해>가 지난 9일 종영했다. 달달한 로맨스인 줄 알았더니 ‘앞뒤 재지 말아야 할 사랑’ 앞에서 이익과 손해, 즉 이해를 따지며 망설이고 엇갈리는 청년들의 이야기였다. ‘지잡대(지방대를 비하하는 말)냐 인서울(서울 안에 있는 대학)이냐’ 따져가며 소개팅 하는 요즘 연애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시청률은 3%대로 높지 않았지만 확고한 팬층을 확보했다. 4년 전 출간된 동명 원작 소설은 뒤늦게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랐다.
캐릭터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드라마와 소설의 배경은 은행이다. 은행이라는 공간 안에서 뚜렷하게 나뉘는 계급의 차이를 보여준다.
원작 소설을 쓴 이혁진 작가는 경향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은행을 배경으로 한 이유를 “돈으로 생기는 사회적 계급과 심리적 격차가 사랑이라는 감정마저 얼마나 왜곡시키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은행이지만 일반 회사원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상황들을 추려냈다”고 말했다.
드라마 주인공 하상수(유연석)는 평범한 집안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에 있는 유명대에 진학하고 은행에 취직했다. 하상수 눈에 같은 은행의 안수영(문가영)이 들어온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안수영은 ‘텔러’다. 같은 은행 창구에 앉아있어도 신분증 목걸이 색깔이 다른 서비스 직군이다. 드라마상에서는 고졸 사원이며, 원작 소설에선 계약직이다.
소설이든 드라마든 하상수와 안수영 사이에는 ‘정규직 대 비정규직’ ‘대졸 대 고졸’이라는 거리가 있다. 하상수는 안수영을 좋아하지만 그의 현실적 조건에 망설인다. 그 모습을 본 안수영도 하상수를 향한 마음을 거둔다.
하상수 옆에는 그를 향해 상큼한 사랑의 감정을 보내는 부잣집 딸 박미경(금새록)이 있다. 해맑은 박미경은 하상수에게 ‘직진’한다. 하상수도 박미경 집안을 등에 업는 든든한 미래를 그리며 사귄다. 안수영 옆에는 정종현(정가람)이 등장한다. 은행 청원경찰인 정종현은 같은 은행에서도 창구 밖에 있는 인물이다. 그는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아버지의 사고로 월세 보증금마저 빼야 하는 상황. 여자친구가 된 안수영 집에 들어가 살 정도로 가진 게 없다.
망설이는 하상수는 스펙을 따지는 ‘요즘 남자’들의 연애를 드러낸다. 이 작가는 “같은 남자로서 저에게도 있고, 남자들에게 가장 못난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고 싶었다”면서 “상수는 (수영 앞에서) 이해관계 때문에, 장래가 그려지지 않기 때문에 망설였다. 인물들의 감정이 사실적이길 바랐다”고 전했다. 그는 “경제적 안정이 사랑을 담보해주는 것도, 또 사랑이 경제적 안정을 담보해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오히려 그런 망설임이 없다면 그 사람의 감정이 너무 가볍거나 얕은 게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하상수-박미경, 안수영-정종현 커플 구도가 깨지는 직접적 이유는 소경필이라는 은행 직원과 안수영 간의 관계이지만 그 밑바닥 감정에는 하상수와 안수영의 로맨스가 깔려 있다. 특히 드라마는 둘 사이에 망설이고 망설여서 더 애틋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좀 더 앞세웠다. 소설에서는 돈과 계급의 문제를 보다 직설적으로 보여준다. 하상수와 박미경은 부의 차이에서 느끼는 이질감, 안수영과 정종현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드러낸다.
일은 똑부러지지만 사랑 앞에선 똑부러지지 못한 안수영. 그녀도 자신의 처지를 생각해 주저한다. 종현을 떠나기 위해 제3의 남자와 관계를 맺는 등 회피하는 방식 등을 두고 시청자들은 ‘답답하다’ ‘이해 안 된다’ 등 말이 많았다. 드라마 종반부 안수영은 사랑 앞에서 불안감이 컸다고 말한다. 이 작가는 “수영 역시 인물 설정상 자기 사랑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드라마든 소설이든 세월이 흐른 뒤 안수영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에서 드로잉 카페의 주인이 된 안수영은 편안해졌다. 소설에서 안수영은 회계사가 되어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한다. 이 작가는 안수영의 결말을 두고 “안수영이라는 인물이야말로 가장 이해관계에 핍박받으면서도 결국엔 가장 큰 손해와 피해를 무릅쓰고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고, 그랬기 때문에 더 나은 처지의 한 사람으로서 성숙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달콤하기는커녕 씁쓸한 현실의 사랑을 내밀하게 그린 <사랑의 이해>. 이 작가는 “연애소설이 아니라 연애에 관한 소설이며, 조직 안에서 우리 본성이 어떻게 일그러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해관계에 시달리는 사랑의 감정이 결국엔 그 이해를 벗어날 때 사랑다울 수 있다는 게 이야기의 결말”이라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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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 니가 지금 나라면 넌 웃을 수 있니”
혹시 흥얼거리고 계신가요? 김건모의 ‘핑계’를 좀 불러봤습니다. 이왕 노래 얘기를 시작한 김에 좀 이어가 보려고요.
<사랑의 이해>를 보며 제가 느낀 점은, 적어도 사랑에 한해선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드라마의 인물들, 특히 주인공 안수영(문가영)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진 것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랑 앞에서 과도하게 주저하고, 심지어 맹렬히 도망치는 수영의 행동은 시청자뿐만 아니라 작중 인물들에게도 공감받지 못합니다. 연인에게조차요.
수영의 입장, 그러니까 마음은 수영의 견고한 계급과 이해(利害)의 틀 안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고졸 출신의 텔러. 늘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도 승진은커녕 ‘독하다’ 비아냥만 듣는, 칭송을 가장한 희롱에 익숙해진 삶. 수영의 사랑은 이 속에서 빚어졌어요.
은행이라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유명대 출신 은행원인 하상수(유연석)나 아르바이트 청원경찰인 정종현(정가람)은 수영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예요. 이혁진 작가의 말처럼 “돈으로 생기는 사회적 계급과 심리적 격차”는 생각보다 더 강력하게, 또 세밀하게 사랑의 모양을 바꿔놓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때때로 모든 걸 초월한 척합니다. 너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나는 자주 착각을 해요. 너와 나의 세계가 비슷할 것이라는 막연한 착각이요. 극 중에서 “우리가 비슷한 사람인 줄 알았다”는 대사가 여러 번 반복되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이 ‘문제적’ 착각 때문에 사랑은 번번이 몰이해와 실망의 늪에 빠져들곤 하죠.
그 늪에서 발버둥 치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사랑을 어떻게든 이해(理解)하려, 또 이해(利害)를 벗어나려 애쓰는 이야기예요. 별로 멋지진 않아요. 포기도 하고 도망도 칩니다. 그 볼품 없는 시도가 좋아서 <사랑의 이해>를 몰아봤습니다. 뭐든 끈질긴 것이 드문 시대잖아요. 특히 현실의 한계가 자명할 때요.
차가운 현실을 버티며, 하릴없이 망가지는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사랑의 이해>를 슬쩍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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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갑질 천국' 신협서 또 "춤·노래 보여달라"
<사랑의 이해>는 신협중앙회의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극의 주된 배경인 KCU은행이 실제처럼 현실감 넘쳤던 배경에는 신협 직원들의 자문이 있었다고 해요. 이 기사를 보며 고졸 텔러와 청원경찰을 하대하던 KCU은행의 사내 문화를 떠올렸습니다. 혹 이런 '갑질'까지 자문을 받은 건 아니겠죠?
🔗 흔한 비극 속 당신은 어디쯤 서 있나
2021년 출간된 이혁진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 <관리자들> 서평입니다. 이 작가는 몰락한 조선업을 배경으로 회사 조직의 병폐를 다룬 <누운 배>로 2016년 데뷔했는데요. <관리자들> 역시 <누운 배>, <사랑의 이해>처럼 회사로 대표되는 계급 사회의 모순을 포착한 작품으로 호평 받았습니다. 이 기사를 쓴 선명수 기자는 당시 '올해의 소설' 후보로 이 작품을 언급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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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고 다시 짓는 1기 신도시,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1기 신도시는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이렇게 5곳입니다. 여기에는 약 120만명이 삽니다. 울산광역시 인구(111만명)보다 많아요. 이만한 도시를 5~10년 안에 다 허물고 새로 짓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정부는 최근 1기 신도시 재건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보통 '1기 신도시 특별법'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는 1기 신도시뿐만 아니라 서울 상계동·중계동·목동 등 모두 49곳이 이 법을 적용받아요. 규모가 제법 큽니다.
이렇게 보면 1기 신도시 재건축이 분당이나 일산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방금 스친 생각, 찬찬히 정리한 주장, 불현듯 떠오른 의견, 언제든 전해주세요! 다음주 수요일 점선면에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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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레터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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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금 고갈 문제로 많은 기사가 나왔지만 '내가 못 받을 수 있다'는 공포감만 조장할뿐 정작 궁금한 점을 해소해주지는 않았어요. 레터에서 상세히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익명의 독자님) "연금개혁의 현 상황 그리고 어떤 부분이 쟁점인지 알게 해준 레터였습니다"(평화바람님)
📝 "목요일 점선면Lite <국민연금 어쩌란 말이냐>에 남겨주신 독자님들의 의견입니다. 말씀주신 대로 연금 고갈에 대한 공포감을 조장하는 기사들이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복잡하고 어려운 연금 문제를 어떻게든 쉽게 설명하려 노력하는 기자들도 곳곳에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앞으로 나올 기사들도 열심히 정리해서 소개해보겠습니다."
📬 "전장연의 투쟁을 사실과 맥락, 관점으로 잘 읽히도록 정리해주셔서 감사해요. '그 오래된 모욕과 배제의 시간'을 견디고 싸워오신 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많이 공유할게요. 일단 저는 당장 <유언을 만난 세계> 책을 구입해서 읽으려고 합니다."(이루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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