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리에 마친 독자와의 만남 오늘 점선면은 질문을 드리며 시작해 보겠습니다. 독자님은 뉴스를 어떻게 읽으시나요?
여기서 '어떻게'라는 말은 중의적입니다. 뉴스를 접하는 통로에 대한 질문일 수도 있고, 뉴스를 읽는 독자님만의 방식을 여쭙는 말이기도 하죠.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 모호한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독자님께서 점선면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또 점선면의 방식으로 뉴스를 읽어 보기를 제안하고 싶었어요.
지난 11월15일 수요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7층 여다향에서 점선면팀의 첫 번째 독자와의 만남 '뉴스 어떻게 읽을까-나만의 점선면 그리기'가 성황리에 열렸습니다. 늘 궁금했던 독자님의 얼굴을 직접 뵙고 대화할 수 있어 더없이 기쁜 시간이었죠.
이날 만남에서 점선면팀은 점선면이 어떻게 탄생했고 또 어떻게 제작되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일종의 ‘영업 비밀’인 과정들을 터놓고 공개한 이유가 있어요.
어딜 가나 뉴스가 쏟아지는데, 이걸 꼭 읽어야 하나. 읽는다면 뭘 골라 어떻게 읽어야 내 삶에 도움이 될까. 이런 생각으로 뉴스 읽기를 주저하고 계시는 독자님이 계신다면, 점선면과 함께 점선면의 방식으로 시작해보자고 권하고 싶었습니다.
오늘 점선면은 독자와의 만남에서 전해드린 점선면과 뉴스 읽기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점선면팀의 허남설·오경민 기자, 김규연 디자이너와 함께 준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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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어떻게 읽으세요?
-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팀은 2022년 10월27일 만들어졌습니다. 점선면의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처음 발송한 것은 2023년 2월7일입니다.
- 뉴스레터팀은 '독자를 만나고 싶다’는 기자들의 열망을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국민 다수가 뉴스 소비 통로로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 등은, 공들여 쓴 질 좋은 기사들이 독자에게 쉽게 가닿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 포털 같은 기존 플랫폼이 아니라, 좋은 기사와 독자를 직접 연결해줄 수 있는 새로운 만남의 장이 필요했어요. 독자님의 개인 메일함으로 직접 찾아가는 뉴스레터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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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5일 경향신문사 여다향에서 열린 점선면팀과 독자와의 만남 현장.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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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만 그저 찾아가기만 해선 안 되고, 뉴스 읽기에 관심 많은 독자님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전해드리고 싶었습니다.
- 독자님께서 스스로 필요한 뉴스를 고르고, 뉴스에서 자신의 삶에 필요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도록 방법을 고안해야 했죠.
- 뉴스와 이슈를 사실(점)-맥락(선)-관점(면)으로 쪼개 바라보는, 점선면의 방식이 바로 그렇습니다.
- 뉴스레터 점선면은 점선면팀 기자들이 저마다 점선면의 방식으로 이슈를 소화한 결과물이자, 독자님께서도 한번쯤 시도해보셨으면 하는 뉴스 읽기의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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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선면은 어떻게 만들어지나요?" (세딩구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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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발행되는 뉴스레터 점선면은 세 명의 기자가 돌아가면서 씁니다. 매주 화요일 회의를 통해 주제를 정하고, 일주일간 한 명의 필자가 취재와 작성을 도맡아요. 그 다음 주 화요일 오후에 마감을 한 후 팀원끼리 리뷰를 거치고요. 점선면을 마감하거나 준비하지 않는 기자가 그 주의 점선면Lite를 작성합니다.
지금부터 매주 점선면을 어떻게 쓰는지 저마다의 방법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독자와의 모임 현장에서 함께 대화하며 풀어낸 내용인 만큼, 대화체로 이야기를 옮깁니다. 미리 받은 독자님 질문에 기자들이 답하는 형식입니다.
1. 점선면이 선택하는 주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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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템은 주로 어떻게 잡으시는지 궁금해요" (솔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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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민 기자(이하 경민): 엄청 핫한 이슈인데 정작 알맹이가 없다거나, 매번 같은 논란이 있는데 논의는 헛바퀴만 도는 주제에 관심이 갑니다.
< 🥇금메달 따면 군대 안 가도 될까?>는 체육선수 병역특례를 다룬 레터예요. 아시안게임, 올림픽게임이 끝날 때마다 누가 병역 특례를 받았니 못 받았니 논란이 됐어요. 특례를 받은 선수가 얼마나 유명한지, 경기에 얼마나 기여했는지에 따라 축하도 받지만 욕먹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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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환호하는 한국 축구대표팀. 문재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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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BTS가 군대 가기 전에도 이 병역 특례가 논란이 돼서 국회까지 들썩였는데 결국 해결이 안 됐잖아요. 국위 선양, 형평성 문제 등 쟁점이 너무 많았는데도요.
왜 이렇게 해결이 안 되나, 한번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어요. 기사나 칼럼을 봐도 이 제도를 둘러싸고 각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더라고요. 무슨 답을 내리진 못해도, 논의를 종합해보면 윤곽이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지혜 기자(이하 지혜): 저 역시 관심이 뜨겁게 모이는 주제지만, 몇몇 기사만 읽어서는 다 해소되지 않는 궁금증이 있는 경우 점선면으로 다뤄보려 하는 편이에요.
최근 쓴 < 🔎이태원 참사, 충분히 아시나요?>가 대표적입니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여러 언론사에서 다양한 기사가 쏟아졌지만 제가 가진 궁금증을 다 해결할 수는 없었어요.
저는 기사 속 한 문장에 꽂혀 있었습니다. "유가족들은 여전히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이태원 참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건 아닌데, 그럼 지금까지 밝혀진 건 뭔지, 어떤 것이 더 밝혀져야 하는지, 그걸 밝혀야 할 이유는 무엇인지, 한 마디로 '진상규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남아있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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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가 발생했던 골목.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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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에 해결해 줄 기사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었어요. 다만 참사 직후, 수사와 재판 과정, 참사 후 100일 그리고 1주기까지 여러 시점에 걸쳐 흩어져 있었습니다.
제가 품은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지난 1년간의 관련 기사들을 긁어모아 조각들을 맞춰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점선면 주제로 택하게 되었습니다.
허남설 기자(이하 남설): 현재 너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 이슈를 지배하는 언어나 담론이 있을 때, 이걸 한번 헤집어보자는 욕구가 주제 선정의 주요한 계기가 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말 '진상규명'에 대한 궁금증처럼요.
말하자면 살짝 삐딱한 생각이 들 때 그걸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 긍정적으로 콘텐츠로 승화할 방법을 찾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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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다를 떠올리게 하는 카니발 차량 택시 서비스(i.M·아이엠) 광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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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의 혁신은 주저 앉았을까?>를 쓰기 전, 제가 주목했던 건 '타다=혁신', '타다가 없어져 혁신이 죽었다'는 공식이었습니다. 지난 6월 대법원에서 타다 서비스의 무죄가 확정되자, 이재웅 전 쏘카 대표는 이렇게 말했죠. "혁신은 죄가 없다." "국회가 혁신을 주저앉혔다."
워낙 혁신가라는 이미지가 강한 사람이었던 터라, 많은 언론이 그의 논조를 의심 없이 따르고 있던 상황이었어요. 저도 처음에는 끄덕끄덕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듣다 보니 오히려 "진짜 혁신이 주저앉은 거 맞아?" 이런 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점선면으로 다뤄봄 직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죠.
2. 점선면으로 글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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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선면은 하나의 이슈에 걸쳐있는 여러 맥락을 다각도로 볼 수 있게 합니다." (워니님)
😄 "특정 이슈를 다양한 면에서 바라보는 훈련을 함께해본다면 좋겠습니다." (사이파이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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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설: 주제를 정했으면 이제 글을 써야겠죠. 점(사실)-선(맥락)-면(관점)의 방식으로 점선면팀 기자들이 각자 이슈를 소화하는 과정을 소개해보려 합니다.
저는 독자님께서 우리가 쓴 면(관점)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씁니다. 아예 세상에 없는 뭔가가 빵 터지면 좋겠지만, 그런 건 보통 잘 없어요.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주제일수록 그렇습니다.
그럴 땐 시간순으로 기사를 쭉 읽어보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논의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눈에 들어와요. 논의의 현주소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레터를 쓰는 시점에 더 많은 사람에게 울림을 주는 관점을 도출할 수 있어요.
지난 8월에 쓴 < 🆘외국인이 출생률을 구할까?>는 외국인 가사노동자 이슈를 다뤘는데요. 지난해부터 관련 이슈에 대해 기자, 교수, 시민단체 활동가까지 각계각층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한 상태였습니다.
이걸 다루는 게 맞나? 너무 옛날 이야기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어요. 이슈의 운동장에 이미 너무 많은 선수가 치열하게 뛰고 있는 상황이었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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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가사노동자' 이슈를 다룬 칼럼들. 시간순으로 나열하면 논의의 흐름이 보인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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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만큼 그사이에 논쟁이 발전하는 측면 또한 볼 수 있었습니다.
타임라인을 그려보니, 처음에는 1) 최저임금에서 외국인만 제외하는 문제 2) 지나치게 저평가된 돌봄 가격에 대한 비판이 주로 나오더니 최근에는 3) 성평등 문제를 외면하는 정부 4) 부모가 직접 자녀를 돌볼 권리에 대한 이야기로 논의가 나아가는 흐름이 보였습니다.
점선면 작성 시점에서 가장 신선했던 관점인 3)과 4)의 주장을 중점적으로 소개한 이유입니다. 결과적으로 "허 기자는 실제 임출육 경험이 있냐"는 질문을 들을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점선면이 됐습니다. 저는 그냥 그 시점에서 '논쟁의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 관점'을 캐치해서 던졌을 뿐인데요😁.
세상에 널린 재료 중에서 이미 나온 이야기와 나오지 않은 이야기, 많이 숙성된 이야기와 비교적 덜 숙성된 이야기를 구분하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앞서 점선면Lite < 😡학생인권 먹고 자란 악성민원?>에서는 서이초 교사의 사망으로 촉발된 교권·인권 논쟁을 다뤘는데, 어떤 독자님께서는 '이미 나온 이야기'라는 뼈아픈 지적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현재 있는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작업, 사회적 논의의 현주소를 파악하는 작업은 그만큼 중요합니다. 지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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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7월 20일 탐사선 아폴로11호의 승무원 에드윈 올드린이 달에 착륙해 표면 위를 걷고 있다. NASA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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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 가장 아끼는 점선면을 하나 꼽아보자면 < 🌘우리는 왜 달에 갈까요?>입니다. 지난 4월, 미국 NASA가 달로 가는 우주비행선 아르테미스 2호에 탑승할 비행사 명단을 막 공개한 시점에 썼어요.
쏟아지는 관련 기사를 읽으며 생긴 의문은 명확했습니다. 1960~70년대에 이미 '정복'한 달인데, 이제 와 앞다투어 다시 가려는 이유가 뭘까?
말씀드렸듯 저는 어떤 이슈에 관해 기사 몇 편으로는 미처 해결할 수 없는 궁금증이 있을 때, 점선면을 쓰며 그 답을 찾아가는 편인데요. 이때는 좀 위기가 있었습니다.
궁금증을 너무 빨리 해결한 거예요😦. 남설기자님 말씀처럼, 점선면의 기본은 과거 기사부터 찾는 건데요. '달' '탐사'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가려운 델 시원하게 긁어주는 지난 기사들이 곧바로 뜨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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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대한 과거 기사를 검색해보니, 달에 다시 가는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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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 가는 이유는 간단했어요. 돈 때문이었습니다. 달에 묻힌 헬륨3·희토류 등 자원이 가치가 생각보다 더 대단했습니다. 달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쟁탈전이 아주 뜨겁다는 것도 같이 알게 됐고요.
여기서 멈췄으면 점선면을 쓸 순 없었을 거예요. 이슈를 '입체적'으로 봤다기엔, 부족한 감이 있었죠. 다행인 것은, 궁금증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궁금증, 이름하여 '꼬꼬궁'😚이 위기를 타파하는 점선면 작법이 된 셈이에요.
예를 들면 이런 게 궁금해졌어요. 치열해진 달 탐사 경쟁을 신냉전의 연장선으로 봐도 되나? 우주 자원 쟁탈전이 인류에 미칠 영향은 긍정적이기만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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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의 꼬리를 물고 검색 키워드를 바꿔보니, 새롭게 검색되는 기사들.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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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 키워드를 바꿔봤습니다. '우주' '냉전' 등으로 검색해 기사들을 읽어보니 미국과 우방국,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미 우주의 '국경선'이 새로이 그려지고 있는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냉전의 양상이 보였어요.
한편으론 뜨거운 탐사 경쟁이 인류에 미칠 영향이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달 자원 쟁탈전이 19세기 후반 제국주의 시대랑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검색 키워드를 다시 바꿔봤습니다. '우주' '탐사' '제국주의' '식민주의' 이런 것으로요.
아니나 다를까. 저와 같은 걱정을 하는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이미 기사화돼 있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달 탐사 계획을 두고 한 말, "미국의 명백한 운명"이 백인의 미 대륙 지배 명분을 주던 '정복의 슬로건'이었단 사실도 알게 됐고요.
이처럼 ‘달’에서 시작해 ‘식민주의’까지 옆으로 게걸음을 치면서 맥락을 다양하게 훑다 보니, 제겐 달 탐사를 바라보는 고유한 관점이 생겼습니다. 이 자원 쟁탈전이 약자와 자연을 짓밟고 무분별하게 세를 확장하던 인류의 잘못을 반복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말입니다.
시간순으로 기사를 훑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궁금증을 조금씩 옮겨보는 것도 다양한 맥락을 알고 고유한 관점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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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이 경찰서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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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민: 저는 가장 최근에 쓴 점선면 < 💀마약, 왜 하는 걸까?>를 예로 들어볼게요. 이때 저의 점선면 쓰기 방법은 '의심하기'였던 것 같습니다.
최근 이선균, 지드래곤 등 톱스타들이 마약 관련 수사를 받기 시작했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하겠다' '마약 범죄를 뿌리 뽑겠다' 큰소리를 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말입니다.
삐딱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연예인이나 재벌 자제들이 마약 수사를 받는 건 해마다 몇 번씩 반복돼 온 일이었으니까요. 지금이 진짜 마약 문제 심각한 거 맞아? 의문이 들었죠. 검찰-경찰의 알력 다툼, 정치권의 기싸움 때문에 문제가 과장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며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레터에도 썼지만, 결과적으로 마약 문제가 심각한 건 맞았습니다😅. 하지만 의심을 거듭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어요.
먼저 부자들이 마약을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소득이 적은 사람들이 많이 한다는 것. 그리고 '마약청정국'이라는 표현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추구해야 할 가치는 아니라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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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포함해 관용적으로 '한국은 마약청정국이었다' '더이상 마약청정국이 아니다'는 표현을 많이 쓰잖아요. 이때 마약청정국의 기준이라고 제시되는 게 인구 10만명 당 마약 사범 수인 '마약 범죄계수'입니다.
마약청정국의 기준은 '마약 범죄계수' 20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마약 임계점이며, 이를 넘어서면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된다는 단언적 표현들이 국내 여러 논문에서 수두룩하게 등장합니다.
그런데 마약청정국의 개념은 어디서 기원하는지, 이를 정하는 임계점이 왜 하필 범죄계수 20인지, 이걸 뒷받침하는 근거나 출처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해외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마약청정국을 뜻하는 'drug free country'를 구글에 검색해보았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런 문장이 떠있었습니다.
"The pursuit of a drug-free world or nation is unrealistic and counter-productive: no country has even come close to achieving this objective."
(마약청정국이나 마약 없는 세계를 추구하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비생산적이다. 어떤 나라도 이 목표를 성취한 적도, 심지어는 가까이 간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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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ug free country'를 구글에 검색하면 처음 조회되는 인터넷 사이트 화면. 그래픽=김규연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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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이렇게 말합니다. "마약을 완전히 없애려고 하는 정책이 인권이나 공중보건에 위협이 된다"고요.
내친김에 '마약 범죄계수 20'도 영어로 검색해봤습니다. 검색 결과가 안 나와요. 하기야 미국은 마약계수가 진작에 400을 넘겼습니다. 유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의심과 취재 끝에 마약청정국이라는 개념, 마약계수 20이라는 기준은 출처가 불명확하며 적어도 철 지난 담론이라는 사실을 레터에 적을 수 있었어요.
그러면 우리는 왜 이렇게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청정국을 의식하며, 마약 사범의 수로 확산세를 가늠하는 걸까요? 국내에서 마약 문제에 가장 전문적인 집단이 검찰이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이 마약 관련 논의를 주도하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마약=범죄'라는 관점만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것을 이런 과정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마약을 바라보는 다른 관점을 접하려면 해외 기사, 혹은 해외 사례를 언급한 책들을 참고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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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점선면팀 기자들이 '나만의 점선면'을 어떻게 그리는지 설명해드렸습니다. (레터에 채 옮기지 못한 내용들은 그날의 참석자들만 공유하는 비밀로 남깁니다🙌)
사실 저희만의 힘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어요. 독자님께서 전해주시는 다채로운 생각과 이야기가 더해질 때 점선면은 비로소 완성되니까요.
오프라인 모임의 후반부는 독자님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 감사의 마음을 담아 독자님에 대한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나눠봤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에 줄줄이 답변해 드리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요, 이 역시 그날 함께 호흡한 독자님과 저희만의 이야기로 남겨둘게요! 대신 조만간 또 만남의 기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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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팀은 독자님이 어떤 분이실까 늘 궁금해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독자님에 대해 아는 바는 처음 입력과 이메일 주소뿐이에요. 이름도, 나이도, 성별도, 직업도, 사는 곳도 모릅니다. 하지만 레터를 보내드리면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독자님들은 이런 레터들을 특히 좋아하셨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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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Lite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레터들을 추려보았는데요. 고령화, 도시 계획, 지역소멸, 동물권, 교육, 노동, 국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독자님들의 관심사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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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께서 나눠주시는 모든 의견은 점선면의 제작에 꼭 필요한 양분이 됩니다. 그중 '베스트'를 고르려고 하니 선뜻 하나만 꼽기가 무척 어려웠습니다.
세 명의 기자가 각각 1~2개의 의견을 고심해서 고른 후 짤막한 코멘트를 남겨 보았어요. 지면의 한계로 소개하지 못해 아쉽고 속상한, 보석 같은 독자님 의견이 정말 많았다는 점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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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다의 혁신은 프론트와 백으로 나눠집니다. 프론트에서는 넓고 깨끗한 차량, 향기, 조용함, 말 걸지 않는 드라이버, 목적지 미표시 등의 서비스 혁신이고 백에서는 AI 기술을 통해 드라이버의 경험에 의존했던 수요 인식을 효율화시켰죠. 그것을 위해서 월급제를 통해 소비자가 타다를 빌리지 않는 시간에도 드라이버에게 대가를 지급했고요. 이 혁신이 택시 시장에 주는 교훈은 2가지입니다. 소비자에 대한 대면 서비스 강화, 그리고 기술혁신을 통한 효율화 입니다. 타다 금지법 이후 그것이 이루어졌을까요? 대면 서비스조차 이전 타다 수준까지 3년이 지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기술혁신은 요원합니다. 타다가 혁신인 이유는 아직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가 탄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역설적으로 사라진 혁신이죠."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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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설: < 🚐타다의 혁신은 주저 앉았을까?> 예고에 남겨주신 의견이었는데요. 굉장히 전문적인 식견이 느껴지는데, 아마 VCNC(타다 운영사) 직원이 아니신지 합리적 의심이 들었습니다. 저희가 점선면을 작성할 때 처음부터 입체적인 지식과 관점을 갖고 접근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요, 이렇게 해당 분야의 탁월한 지식과 식견을 나눠주신다면 정말이지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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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새만금일 필요가 없다. 도시가 발전하려면 교통, 문화, 교육 인프라가 가장 중요하고,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정도는 지나야 도시로서의 기능을 하고, 추가로 10년은 지나야 원활하게 돌아간다. 즉, 우리나라와 같이 5년짜리 단기정권의 취향과 입맛에 따라 정책 방향이 달라지는 나라에서 20년짜리 도시계획 수립 및 수행도 어려운데, 하물며 땅을 새로 메꾸고 그 땅을 개발하는 계획이라...?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사업이었다고 생각한다." (🧐명탐정교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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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 저는 < ⚫새만금이란 '무리수' 자꾸 두는 이유>을 쓰기 전 받아 본 독자님 의견 중에 골라봤어요. 사실은 점선면을 쓰는 게 약간 겸연쩍어졌을 정도로 새만금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말씀이었어요. 새만금 개발이 정치적 맥락과 깊게 연관돼 있다는 점을 콕 집어 말씀해주신 덕분에 작성 과정이 수월했습니다. 때로는 이슈에 대한 좋은 관점을 먼저 얻는 것이 뉴스 읽기를 더 재미있게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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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국방의 의무, 징병제 자체를 반대합니다. 군대에서 21개월간의 시간이 감옥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한국에서 남성으로 태어나 몸이 멀쩡하다는 이유만으로 자유를 억압받고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보상도 없이 버텨야만 하는 형벌로 느껴졌습니다. 군대가 형벌이 되지 않으려면, 모병제(지원병제)로 바뀌던가,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두가 군대에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고등어조봉학님)
"국가주의 아래 엘리트 체육은 군대와 다름없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예전에 동계 올림픽에서 다른 나라 선수들은 취미의 차원에서 참가한 걸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엔 양궁의 주재훈 선수가 그랬었죠. 이제는 생활 체육으로 스포츠 분야가 확장되기 시작하면 병역 문제에 대한 해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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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민: < 🥇금메달 따면 군대 안 가도 될까?>의 발행 전후로 들어온 의견들이 기억에 남는데요. 청년고등어조봉학님께서는 직접 군 생활의 경험과 그에 기반한 관점을 전해주셔서 레터에 생생한 목소리를 실을 수 있었습니다.
레터가 발행된 후 익명의 독자님께선 이번 아시안게임 양궁에서 금메달을 딴 주재훈 선수 얘기를 남겨주셨어요. 비선수 출신의 현직 청원경찰인 주 선수는, 동호회에서 양궁을 하다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통과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엘리트 체육 교육을 받지 않은 선수가 많아지는 것도, 체육요원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독자님의 관점에 이마를 탁쳤고, 다음 레터에 바로 소개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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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선면은 '뉴스 어떻게 읽을까' 고민하는 독자님께 제안하는 뉴스 읽기의 방식으로 만들어졌습니다.
☑️ 뉴스레터 점선면은 점선면팀 기자들이 저마다 점선면의 방식으로 이슈를 소화한 결과물인데요, 기자마다 사실-맥락-관점으로 뉴스를 바라보는 접근법이 조금씩 다릅니다.
☑️ 점선면은 독자와의 협업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독자님께서는 이미 '나만의 점선면 그리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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