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반드시 체포하라

부들부들, 시민들은 춥고 힘들다

2025. 1. 5.

🌨 오늘은 반드시 체포하라

2025. 1. 6.

윤석열 대통령 체포 소식을 기다리던 모두가 허탈함에 빠진 주말이었습니다. 일상을 멈춰세운 이 책임을 대체 어떻게 물을까요. 낭비한 시간과 국가 경제는 또 어떻고요.

체포영장이 있어도 체포하지 못하는 수사 당국, 내란 혐의자의 사병이 된 대통령경호처, 사법기관이 낸 영장을 '위법하다' 거부하는 경호처장, 충돌 시 발포하란 지시가 있었다는 제보까지, '내란'은 아직 진행 중입니다.

오늘로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이 만료됩니다. 영장이 원칙에 따라 조속히 집행되기를 바랍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시도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단죄하는 일은 여기서부터 시작일 테니까요.

점선면팀 드림

오늘의 주요 내용

💡 오늘은 체포해야 한다

💡 '김용현 공소장'을 봐야 하는 이유

💡 끝도 없는 '침대축구'

💡 참사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하여

💡 2030 남성은 왜 집회에 안 나올까

오늘은 체포해야 한다

지난 1월 5일 대통령 관저 주변에 설치된 철조망. 성동훈 기자

공수처 명운의 날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첫 번째 체포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공수처가 "윤석열 체포에 조직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고 썼습니다. "수사기관이 권력자에게 쩔쩔매고 머리를 조아리면 범죄자들은 법은 비웃고, 시민들은 법과 공권력에 대한 신뢰를 버릴 수밖에 없다."

200명이 쌓은 벽을 뚫지 못했다

지난 3일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섰다가 경호 인력과 6시간 동안 대치하다 물러났습니다. 공수처는 "관저 200미터 이내까지 접근했"지만 "경호처 직원 등 200여명이 겹겹이 벽을 쌓고 있어서 들어갈 수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공수처 직원보다 경호처 쪽 인원이 훨씬 많았다고 합니다. 체포를 막은 인력 중에는 군인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 1월 3일 대통령 관저에 진입하는 공수처 수사관들. 문재원 기자

이틀 후인 5일 더불어민주당은 충격적인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경호처의 일부 충성파 간부들이 '몸싸움에서 밀리면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겁니다. 박종준 대통령경호처장은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습니다.

경찰은 박 경호처장과 김성훈 경호차장을 체포영장 집행 방해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공조본은 이들에게 지난 4일까지 출석하라고 요구했지만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나오지 않았습니다.

경호처장 "대통령을 지키겠다"

다음날인 5일, 박종준 경호처장은 입장문을 발표합니다. 윤 대통령을 계속 지킬 것이라는 입장을 뚜렷이 밝혔습니다. '공수처는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는 등 윤 대통령 쪽이 주장하는 바를 들며 "체포영장 집행에 응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윤 대통령 쪽이 '체포영장 집행을 불허해 달라'고 낸 이의신청을 이날 기각하면서, 윤 대통령 쪽이 내세운 논리를 모두 반박했습니다.

지난 1월 5일 폭설을 맞으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집회 현장을 지킨 정혜경 진보당 국회의원과 집회 참가자들. 진보당 제공

눈발을 뚫은 "윤석열을 체포하라!"

체포영장이 나왔는데도 윤 대통령이 관저에서 버티는 통에, 많은 시민이 혹한의 날씨를 거리에서 버텨야 했습니다. 일요일인 5일엔 서울에 큰 눈이 왔는데도 많은 시민이 오전 일찍부터 관저 가까이로 모였어요. 시야를 가리는 눈발과 경찰이 쳐놓은 질서유지선, 막아서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피해야 했습니다. 관저 인근을 지킨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채 삼삼오오 눈을 피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최상목은 열쇠 쥐고 방관 말라"

민주당은 오늘까지 공수처가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으면 수사 자체를 경찰 등 다른 기관에 다시 이첩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통령경호처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가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도 압박할 예정입니다. 최 권한대행은 '윤석열 체포 협조 지시를 내려달라'는 공수처의 두 차례 요구에도 침묵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5일 대통령 관저 인근의 탄핵 반대 집회 현장. 정효진 기자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가 위기를 수습할 열쇠는 최 대행이 쥐고 있다"고 썼습니다. "관저 앞 극우 지지자들은 내란세력의 부추김에 추종해 유혈 사태까지 선동하는 위태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최 대행이 지휘권 행사를 머뭇거린다면 정치적 중립이 아니라, 내란세력에 힘을 싣는 꼴이 될 것이다."

'김용현 공소장'을 봐야 하는 이유

지난해 10월 1일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한수빈 기자

김용현 공소장인데…윤석열>>>김용현

검찰이 12·3 비상계엄 주도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는 뜯어볼 내용들이 많습니다.

'김용현 공소장'이 아니라 사실상 '윤석열 공소장'입니다. 공소장에 김 전 장관은 113회, 윤석열 대통령은 130회 등장합니다.

공소장을 보면, 윤 대통령은 지난해 3월 말~4월 초부터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나가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후 5~6월, 8월, 10월에도 '비상조치' '비상대권'을 입에 담았고요.

이 과정에서 김 전 장관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등을 "대통령께 충성을 다하는 장군"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들에게 밥까지 지어 먹이며 '비상조치'로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지난해 11월 "이게 나라냐"는 윤 대통령 한탄에 김 전 장관은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작성해 보고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검토해 확정했고요. 곽종근·이진우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이야기하자 "준비태세를 잘 유지" "출동태세를 갖추겠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공소장에는 비상계엄 당시 최소 5만7000발의 실탄이 동원됐다고 적혔습니다. 경고용인 것 치고는 좀 많죠.

대통령님, 비상계엄 공고 안 하세요? 여보세요?

비상계엄 구상과 준비까지는 자못 비장했으나 정작 '12월 3일' 당일엔 허술한 모습들이 노출됐습니다. 역시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 나온 내용들인데요.

국무위원들의 만류를 뒤로 하고 비상계엄 선포 대국민 담화를 한 윤 대통령. 구체적 내용은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계엄법상 대통령은 계엄 선포 시 그 이유, 계엄의 종류, 시행일시 및 지역, 계엄사령관 등을 공고해야 합니다.

이 선포문은 작성자인 김 전 장관 품에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마치자 김 전 장관은 선포문을 대통령실에게 전달하라고 국방부 대변인에게 지시합니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대통령실에 연락이 닿지를 않습니다. 결국 아무도 대통령의 입으로 계엄 선포 공고를 듣지 못했습니다. 비상계엄 선포의 숱한 절차적 하자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 12월 4일 국회 앞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하는 시민들. 이준헌 기자

"또 보내면 안돼…?"

모두가 의아했죠. 왜 대통령이 빨리 비상계엄 해제를 발표하지 않는지.

지난해 12월 4일 오전 1시1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국회에서 가결됩니다. 1시간 뒤인 오전 2시13분, 김용현 전 장관은 곽종근 전 사령관에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병력을 다시 투입할 수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곽 전 사령관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답변했고요.

그 1시간 사이,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을 만나 비상계엄 관련 논의를 계속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김 전 장관이 병력을 다시 보낼 수 없냐고 물어본 것이죠. 모두들 기억하시겠지만, 그 뒤로도 2시간이 넘게 지난 새벽 4시26분에야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가 발표됐습니다.

윤석열의 내란 막은 건, 결국 시민

김용현 전 장관 공소장에는 '시민의 힘'이 비상계엄을 주저앉혔다는 증거가 여러 곳 등장합니다. 그 12월 3일, 열 일 제치고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무척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국회 주변에 모인 시민들과 국회 직원들로 인해 체포조가 국회 안으로 진입하지 못한 채 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는 바람에 실패했다." 공소장에 적힌 문장입니다. 방첩사 체포조는 국회 담장에서 시민들에게 막혔고, 수방사 2특수임무대대도 국회 경내에 한참을 진입하지 못했습니다. 헬기로 국회 경내에 내린 특전사들도 국회 건물에 들어가기까지 애를 먹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전 육군참모총장), 곽종근 전 사령관 공소장에 나옵니다. "대통령님이 끄집어내래"를 포함한 특전사 녹취록과 메모에도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습니다.

끝도 없는 '침대축구'

지난 1월 3일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윤 대통령 변호인단. 정지윤 선임기자

틈만 보이면 드러눕는다

더 부릴 '법 기술'이 남았나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 측은 아직도 사사건건 '태클'을 겁니다. 가능한 모든 절차에 법적으로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아직 대리인단을 못 꾸렸다, 탄핵소추안 내용을 다 확인하지 못해서 의견서를 못 낸다, 양이 방대해서 자료 제출을 다음에 하겠다….

지연 전략을 쓰려는 게 빤히 보이니 헌법재판소에서도 이를 차단하려는 듯합니다. 탄핵심판 수명재판관인 정형식 재판관은 "계엄을 선포한 지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의견이 없다는 건 이상하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헌재는 오는 14일부터 본격적으로 변론기일에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달 4일까지 5차례 변론기일이 확정됐어요. 일주일에 두 번 열리는 일정입니다.

윤 대통령 측은 여기에도 딴지를 걸었습니다. "신속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졸속 재판의 위험이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변론기일 5번을 사전에 지정한 것이 무효라는 집행정지 신청 소송을 냈습니다.

과연 이 주장대로 헌재가 변론기일 일정을 미리 잡는 게 문제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헌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변론기일을 사전에 정했어요. 하루건너 하루씩 변론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 측은 서울서부지법이 발부한 체포·수색영장 집행을 불허해 달라는 이의신청도 냈는데, 법원은 사흘 만에 기각 결정했습니다. 이걸 또 대법원에 재항고하겠다고 하네요.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집행하려 한 검사와 수사관 등 150명에 대해서도 특수건조물침입,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다고 합니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 문재원 기자

오죽하면 내란죄를 뺀다고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청구한 국회 측은 '침대축구'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 위반 부분인 '내란죄'는 철회하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헌법 위반'과 '형법 위반'으로 구성됐습니다. 12·3 비상계엄이 선포 요건과 절차 등을 모두 지키지 못했단 것이 '헌법 위반' 부분입니다. 이를 계엄법 위반, 내란죄, 대통령 권한남용(직권남용죄) 등으로 구체화한 것이 '형법 위반' 부분이고요.

청구인 측은 어차피 탄핵심판이 '헌법재판'인 만큼 형법은 형사법정에서 다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12·3 비상계엄 선포만으로도 헌법을 어긴 게 차고 넘치고요.

윤 대통령 측은 탄핵소추안이 변경된 것이라며 국회 단계부터 절차를 새로 밟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헌재가 국회 측에 시간 절약을 위한 '힌트'를 준 것이라는 반발도 나왔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수명재판관들이 "(탄핵심판은) 형사재판이 아닌 헌법재판"이라고 지적했고, 청구인은 이를 감안해 주장을 다듬은 것입니다.

내란죄 빠진 탄핵소추안이 "찐빵 없는 찐빵"이라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이던 시절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설은 "내란죄 심리는 향후 윤석열 기소 후 형사재판에 맡겨두고,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 판단에 집중하는 것은 합당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약자'라는 말까지 오염시키지 말라

"대통령은 고립된 약자". 윤 대통령 측이 지난 3일 탄핵심판 변론준비기일에서 주장한 바입니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총을 쏴서라도 끌어내라"고 명령하고, 수천 명의 군·경찰력을 동원하고, 6만발 가까운 실탄을 투입한 사람이 약자인가요?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위헌·위법을 저지르고도 수사기관에 출석도 하지 않고, 체포도 되지 않을 수 있는 이가 과연 약자일까요?

'공정'과 '상식'에 이어 '약자'라는 말까지 기어이 오염시키는 대통령입니다.

참사를 마주하는 태도에 대하여

지난 1월 5일 무안공항의 사고 현장에 부착된 메모. 권도현 기자

여객기 참사 어느덧 일주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부터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희생자의 시신과 유류품을 수습하는 작업이 지난 5일 모두 끝났습니다. 희생자 179명의 유해는 유전자 분석을 거쳐 유가족에게 전해졌습니다.

사고 원인을 밝힐 핵심 증거인 엔진 2기도 조사를 위해 옮겨졌습니다. 조종실 음성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 분석도 마무리 수순입니다. 하지만 원인 규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입니다.

'긴 호흡'으로 참사를 대해야 하는 이유

이번 참사는 국제적으로 항공기 사고가 줄어드는 추세 속에 일어났습니다. '여객기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중이었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원인 조사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항공기 제조국과 제조사도 함께 합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조사위) 사고조사관 11명, 미국 연방항공청(FAA) 관계자 1명,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소속 전문가 3명, 사고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 관계자 4명이 합동조사단에 참여합니다.

유가족은 조사의 공정성을 위해 "유가족 단체나 시민사회가 추천한 전문가를 조사위와 조사단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난 4일 촉구했습니다. 공항 시설 설치와 운영에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인사들로 조사위를 구성하면 '셀프 수사'인 셈이라,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우려하는 겁니다.

항공기 사고는 최종 조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1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하므로, 섣부른 '범인 찾기'와 비난, 혐오를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합니다.

세월호의 실수 반복하지 않도록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원인을 두고 다양한 문제가 제기됩니다. 기체 결함, 조종사와 정비사의 과로, 저비용 항공사가 보유한 비행기의 노후화 정도, 철새도래지가 인접한 무안공항의 위치, 공항의 종사자 수와 능력, 참사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구조물(둔덕)' 등입니다.

이번 여객기 참사의 원인은 아직 어느 쪽으로도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 차분히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온갖 의혹이 난무하다가 결국 사고 원인을 특정조차 못 하고 끝났던 세월호 조사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관련 기사 내용을 아래 발췌해 공유합니다. 기사 전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올바른 재난 서사는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시스템의 허상을 드러내는 서사다. 재난 사회학자 박상은씨는 세월호 조사실패 사례를 분석한 책 <세월호, 우리가 묻지 못한 것>에서 "재난은 여러 행위자들의 결정적이지 않은 잘못과 실수로 발생한다"며 "세월호를 고의로 침몰시키거나 승객들을 구조하지 말라고 명령한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중략) 수많은 사람들의 잘못과 부주의, 무능으로 발생한 재난의 책임을 어떻게 배분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진척(돼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고 전문 유튜버 '다큐9'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 항공사고 분석 영상을 제공해온 그는 참사 직후 올린 게시글에서 "책임자를 빨리 잡아낼 이유가 없다. 책임자가 빨리 드러난다고 더 안전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누군가의 악의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희생자 비방·혐오 처벌한다

경찰은 유가족의 아픔을 후벼파는 악성 게시물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 5일까지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비방한 악성글 86건을 수사했고, 30대 남성 1명을 모욕 혐의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30 남성은 왜 집회에 안 나올까

지난 1월 5일 대통령 관저 인근 탄핵 촉구 집회 현장. 정효진 기자

더 이상 '나중에'는 없다

부산에서 대학에 다니는 스물두 살 한솔씨는 12·3 비상계엄 이후 서울, 부산 등지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에 세 차례 참여했습니다. 집회는 그에게 민주주의적 시민의식을 학습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요. 청년의 사회적 참여가 이전에는 '소비자'로서의 불매운동 정도에 그쳤던 것 같은데, 이제는 '시민'으로서 다른 이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낼 줄도 알게 되었다고요.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에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두루 참여하고 있습니다. 참여자들이 '내가 겪는 차별'을 내세우며 타인을 배제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겪는 차별'까지 인식을 확장하고 연대한다는 게 크게 돋보이는 점입니다. 다양성에 대한 존중이 민주주의의 토대라는 것을 다함께 학습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어요. 탄핵 이후의 정치는 반드시 소수자와 약자의 권리를 '나중에'로 미루지 않고, 평등한 세상에 대해 쏟아져 나온 요구를 받아 안아야 한다고 시민들은 말합니다.

2030 남성은 왜 집회에 안 나올까

윤 대통령 퇴진과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이끈 건 2030 여성입니다. 응원봉과 K팝으로 전에 없는 시위 문화를 펼쳐 보였고 전 세계가 주목했습니다. 반면 2030 남성은 참여가 몹시 저조했는데, 대체 왜일까요. 경향신문 기자들이 2030 남성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었습니다. 일부 응답자들은 집회 정보를 "여자친구에게 물어서 알았다" 답하기도 했어요.

2030 여성은 최근 10년간 페미니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엑스(구 트위터)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공론장 삼아 논의하고 행동하는 경험을 쌓아 왔습니다. 반면 2030 남성들은 정치·사회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연대할 공간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집회에 나가본 2030 남성들은 더 많은 또래 남성들이 광장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나와보면 생각이 많이 달라질 거라고 말합니다. 기사 전문은 여기서 보실 수 있어요.

📝 12·3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도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습니다. 독자님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하기도 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점선면팀에 보내주신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는 큰 힘이 되었답니다. 앞으로도 관점과 깊이를 갖춘 소식을 전해 드리도록 계속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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