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민주주의 회복하려면 CONTENTS
에디터 PICK | 상처 입은 민주주의 회복하려면
오늘의 브리핑 | 탄핵 불복 선동하는 극우 외
점선면 사전 | 희망뚜벅이
뷰파인더 | 아버지의 눈물
밑줄__ | 2024헌나8 선고요지
잼선면 | 광장을 수놓았던 '드립의 민족'
SNStory | 파와 면, 그러니까 '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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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전원일치 의견으로 대통령 윤석열의 파면을 결정했어요. 대한민국은 헌정질서 붕괴와 민주주의 퇴행이라는 대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습니다. 넉 달 간 불면의 밤을 보내야 했던 시민들은 이제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는데요. 다만, 대통령 파면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태가 없도록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고, 두쪽으로 갈린 사회를 통합하는 등 남은 과제들이 많은데요. 오늘은 윤석열 파면 이후 과제들을 짚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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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는 위헌·위법한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을 파면하며 상처 입은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첫발을 뗐다. 이제 6월 초 열릴 조기 대선은 민주주의 회복력을 증명한 한국이 내란 사태 종식을 넘어 국가 정상화와 개혁 과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광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기 대선의 최우선 화두로는 대통령 권력 분산과 극단 정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 외교력 복원, 경제 활력 제고, 국민통합이 꼽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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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윤석열의 내란죄 등 여러 범죄를 엄중하게 단죄하는 게 먼저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아무리 최고 권력자라도 단죄받는다는 선례를 역사에 남겨야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박영환 경향신문 정치·국제에디터는 "파면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라고 했어요.
윤석열은 오는 14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을 받게 되는데요. 계엄 명분을 쌓기 위해 북한과의 국지적 충돌을 유도했다는 의혹(외환죄)도 수사를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합니다. '명태균 게이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등 윤석열 부부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윤석열·김건희 특검'을 통해 규명하자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계엄이라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권력 구조 개편도 시급합니다. 국무회의를 비롯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 한 명의 독단을 막을 순 없었으니까요.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한 개헌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외교·통일·국방 등 외치는 대통령이, 그 외의 내치는 총리가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나, 의회의 과반수 정당이 정부를 구성하는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됩니다. 미국처럼 부통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대선과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고 제안했어요.
'정치의 복원'도 필요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탄핵 결정문에서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의회 운영도 지적했어요. "국회는 소수의견을 존중하고 정부와의 관계에서 관용과 자제를 전제로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결론을 도출하도록 노력하였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입니다.
야당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9차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는데요.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탄핵소추안의 발의 횟수를 제한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보충의견을 내기도 했어요. 강성 지지층을 의식해 대화와 타협은 생략한 채 '탄핵 전략'에만 '올인'한 야당도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거대 양당의 극단적 대치엔 야당의 책임도 있습니다.
'국민 통합' 역시 과제입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심리적 내전 상태"라고 진단했는데요. 우리 사회가 이렇게 두 쪽으로 갈린 데에는 윤석열의 책임이 매우 무겁습니다. 탄핵 사태 변곡점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해 "함께 끝까지 싸우겠다"며 선동했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은 파면 당일 "지지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했지만 파면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은 없었습니다. 불법 계엄에 대한 사과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번째 메시지에서도 "저는 대통령직에서는 내려왔지만, 늘 여러분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는데요. 다음 대선을 앞두고 강성 지지층 결집을 호소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국민 통합을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승복 메시지를 내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일 텐데요, 그에게 이를 기대하는 건 아무래도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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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전히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탄핵 선고 다음날 관저에 나경원 국민의힘을 의원을 초대한 것을 두고 관저 정치를 계속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관저를 언제 떠나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은 없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 이틀 뒤 떠났습니다. 대통령실 참모 전원이 사표를 냈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반려한 것을 두고도 야당은 "상식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어요. 대통령기록관에 계엄 관련 문건이 그냥 이관되면 15~30년 봉인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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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불복 선동하는 극우
걱정과는 달리 탄핵이 거리의 폭력 사태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극우세력은 탄핵 당일부터 "사기"라며 선동을 계속하고 있어요. 전광훈 목사는 '국민저항권 발동을 통한 윤석열 대통령 복귀'를 주장했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옥중에서 "다시 윤석열! 다시 대통령! 자유대한민국 수호를 위해 더욱 뭉쳐서 끝까지 싸우자"며 탄핵 불복을 부추겼고요. 하지만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처럼 승복 의사를 밝히며 이탈한 사례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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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일 대선, 몸 푸는 사람들
헌법상 대통령 궐위 후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합니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일 50일 전엔 대선일을 공고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14일 전 선거일을 지정해야 하죠. 내일(8일) 예정된 국무회의에서 대선일을 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국민의힘은 '반이재명' 캠페인에 집중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거일이 지정되면 당대표에서 사퇴할 예정입니다. 이 대표가 받는 5개 재판 중 선거 전 형이 확정될 건 없지만, 선거 중 법정을 드나드는 상황이나 대통령 당선 후 재판 중단 여부에 관한 논쟁이 여전히 '리스크'로 거론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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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결정과 그 과정을 한눈에
탄핵 소식은 접했지만, 그 내용을 찬찬히 볼 겨를은 없었을 바쁜 독자님을 위해 준비했어요. 헌법재판소가 탄핵 세부 쟁점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기 쉽게 인터랙티브 뉴스로 정리했습니다. 비상계엄 후 탄핵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경향신문 뉴스토랑팀이 뮤직비디오(BGM: IVE 'Rebel Heart')에 담았으니 감상하시며 지난날을 떠올려보세요. 탄핵 선고 다음날 경향신문이 발행한 내란 종식 특별판 신문(16면)으로 역사적 순간을 '소장'하실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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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꽃'이라는 별명을 가진 노동운동가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도보 행진👟을 뜻해요. 비정규직 노동자, 성소수자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해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는 투쟁이죠. 가장 최근 사례는 부당하게 해고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들을 위해 지난 2월 경북 구미에서 서울까지 걸은 일이에요.
<저주토끼>를 쓴 정보라 작가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날 '희망뚜벅이'를 언급했습니다. 정 작가는 "이제 평등과 연대와 안전을 대세로 만들기만 하면 된다"며 "파면 이후의 세계는 그런 모습이어야 한다. 기회가 왔다"고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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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간 곪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태원 참사' 피해자 유가족과 '채 상병의 전우' 해병대 예비역은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정부와 오랫동안 싸워왔어요. 유가족과 예비역도 거리에서 탄핵심판 선고를 생중계로 지켜봤습니다. 파면이 선고된 순간, 인파의 환호성 사이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던 사람들. 현장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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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신속하게 비상계엄해제요구 결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저항과 군경의 소극적인 임무 수행 덕분이었으므로, 이는 피청구인의 법 위반에 대한 중대성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 헌법재판소,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 선고요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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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탄핵 선고에서 '시민의 힘'을 언급했습니다. 2024년 12월3일 선포된 비상계엄은 2시간33분 만에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을 의결하면서 끝났죠. 그간 윤석열 전 대통령은 "실패한 계엄이 아니라 예상보다 조금 빨리 끝난 계엄"이라며 국회에 대한 군 투입은 '경고성'이자 '질서유지용'이라고 주장했는데, 헌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헌재는 비상계엄 당일 국회 앞에 모여든 시민들 덕에 국회가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을 결의할 수 있었다고 봤습니다. '소극적 임무 수행'으로 저항한 일부 군인·경찰의 용기도 잊지 않았습니다.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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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에 분노한 시민들은 매일같이 광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분노와 추위에 지칠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재치 있는 깃발들이 '숨 쉴 틈'을 주었죠. 이 깃발들을 모은 아카이브 사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지난 4일 기준 630개의 깃발 이미지가 모였습니다.
🏳️🌈시민들의 유머 감각이 엿보입니다. '붕어빵을 머리부터 먹는 사람들의 모임'부터 '전국닌자연합' '감귤포장학과 동문회' '말 안 듣고 시위 나온 아들딸 연맹' '점심 뭐 먹지 위원회'까지 다양했어요. '어두운 대한민국의 등불이 되어' '봄이여 오라' 등 메시지를 담은 깃발도 있었어요. 성소수자, 동물권 등 여러 의제도 깃발의 모습으로 등장했습니다.
🏳️🌈아카이브 페이지를 본 심완선 SF 평론가는 "아카이브의 대상은 과거지만, 아카이브에 저장된 목소리는 현재의 목소리와 함께 재생된다"며 "아카이브는 일시적인 것들에 조금이나마 영원을 부여한다"고 했습니다. 우리의 광장도 지나겠지만, 기억은 영원하겠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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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와 면,
그러니까 '파면'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헌법재판소의 선고 이후, SNS에서는 한 음식이 뜻밖의 유행을 탔습니다. 파를 얹은 면, 일명 '파면'입니다. 시민들은 파김치와 라면, 파와 알리오올리오 같은 음식 사진을 올리며 탄핵을 축하했습니다. 경기도의 한 이탈리안 음식점에서는 아예 스페셜 메뉴로 출시했다고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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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4일 탄핵 직전 아침에 보내드린 레터에서는 탄핵에 앞장선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 인터뷰를 전했어요. 많은 독자님께서 김 의원의 용감한 행보를 응원해 주셨는데, 그중 미래에 대한 바람을 이야기하신 독자님들의 글을 소개합니다. 그간 탄핵 등 이슈에 가려 제대로 다루지 못한 뉴스가 있다는 점, 점선면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끔한 지적 보내주신 독자님께 감사드립니다. 더 꼼꼼히 챙기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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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와 진보 등 진영을 떠나 무엇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는 길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인들의 기본이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이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를 바랍니다. (마고님)
💬파면이 선고된 이후에 메일을 읽었더니 감회가 새롭네요. '당연히 8:0으로 인용이겠지' 하면서도 불안해하고 긴장했던 지난 날들이었습니다.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고 내란 관련 인물들에 대한 처벌과 명태균 게이트 수사도 제대로 이루어지길 바라봅니다. (후님)
💬이스라엘이 휴전을 깨고 날마다 대피소를 폭격해서 대량 학살을 저지르고 민간인을 구하러 간 의료진까지 죽이고 최근 레바논과 시리아도 폭격하는 등 상황이 최악인데, 관련 뉴스를 뉴스레터에서 전혀 볼 수 없었습니다. (익명의 독자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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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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