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나야지예" CONTENTS
에디터 PICK | "다시 일어나야지예"
오늘의 브리핑 | 대통령, 이제 어디서 일하나 외
점선면 사전 | 핸즈 오프
밑줄__ | 정희진 <여성학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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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명의 목숨을 앗아간 영남권 대형 산불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남겼습니다. 가장 많은 인명피해를 기록했을뿐더러, 남아 있는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까지 앗아갔습니다. 점선면도 3월28일 레터로 산불 피해와 바람직한 대책을 조명한 바 있는데요. 산불이 난 지 한 달, 이재민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정부의 대응은 적절할까요? 김현수 기자가 피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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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잃어도 땅은 남았다 아닙니꺼. 다시 일어나야지예." 경북 안동시 일직면 한 마늘밭에서 20일 만난 농민 김성만씨(64)가 새파랗게 올라온 마늘 싹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김씨 옆으로는 불에 타 엿가락처럼 휘어진 비닐하우스와 무너진 집들이 눈에 들어왔다. 산불이 꺼진 뒤 20일도 넘었지만 산 능선을 타고 오는 매캐한 ‘탄내’는 이날도 마을로 계속 흘러들었다. 김씨는 산불로 오는 6월쯤 수확을 앞뒀던 마늘밭의 절반을 잃었다. 야속한 산불에 마음이 꺾였다가도 새파랗게 다시 올라오는 새싹들을 보고 마음을 다잡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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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가 농사를 안 지으면 우리나라 국민은 뭐 먹고 살겠나. 아직 남은 애들이 있으니 훌훌 털고 일어났다." 마늘밭 절반을 잃은 농민 김성만씨의 말입니다. 역대 최악의 산불이 온 마을을 불태웠지만, 사람들은 새싹처럼 다시 일어나고 있습니다. 농부의 뚝심입니다.
하지만 온전히 희망을 갖기에는 보상과 지원이 너무 부족하다고 합니다. 과수원을 운영하는 70대 황재수씨는 "꽃눈이 달려야 할 가지가 앙상한 것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고 했습니다. 보상금은 묘목을 사기에 턱없이 부족한 데다, 묘목을 심어도 4년이 지나야 첫 수확을 할 수 있습니다.
집을 잃은 이들을 위한 지원은 적절히 이뤄지고 있을까요? 집을 잃은 이재민은 새 거처가 생길 때까지 임시주택에 살게 됩니다. 이번 산불로 주택 3819채가 불에 탔고 3563채는 전소됐습니다. 경북도는 2857채의 임시주택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는데, 현재 설치된 임시주택은 18채에 불과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소된 주택에 2000만∼3600만원을, 반소(반쯤 탐)된 주택에 1000만∼18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합니다. 집을 새로 짓고 세간살이를 새로 구하기에는 한참 모자랍니다. 정은정 농촌사회학 연구자는 칼럼에서 "(지원금 차이가 있으니) 차라리 다 타버리는 것이 낫다고도 말한다"며 "결국 빚을 내 잿더미 위에 빚더미를 얹는다. 보상 과정에서 민관은 갈등하고 주민들끼리 눈치를 보며 사이가 틀어진다. 근린관계까지 태워버리는 것이 산불이다"라고 했습니다.
농사와 주거만 문제가 아닙니다. 주민들은 산사태라는 추가 재난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나무와 풀은 뿌리로 흙을 잡아줌으로써 산사태를 예방하는데, 이번에 많은 나무가 타는 바람에 벌써 마을로 토사가 밀려온다고 합니다. 이번에 산불 피해를 본 경북 5개 시·군 면적 중 20%가 산사태 위험도 1~2등급 지역이에요. 기후위기로 극단적인 집중호우 우려가 점점 커지는 요즘, 산사태는 말 그대로 '일촉즉발'입니다.
관광·숙박업 등 지역경제도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하회마을이 있는 안동의 경우 숙박업소 예약의 90%가 취소됐고, 음식점 매출도 반토막이 났습니다. 관광택시 예약 73건, 시티투어 예약 280건도 모두 취소됐다고 합니다.
정부는 어떤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우선 3월28일 레터에서 짚었던 '고령자 대피'와 관련해, 정부는 풍속을 반영한 '산불확산예측도'를 만들어 산불이 곧 도달할 지역 주민들을 즉시 대피시키겠다고 했습니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상황을 전파하고, 교통편과 대피 지원 인력을 최대한 지원한다고 해요.
하지만 정부가 피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강한 풍속으로 인한 '초고속 산불' 탓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송진식 경향신문 전국사회부장은 칼럼에서 " 과거 대형산불 사례를 보면 어김없이 강풍이 불었다"며 "영남산불을 놓고 초고속이라며 요란을 떠는 게 과연 옳은지 가슴팍에 손을 얹어보라"고 했습니다. 대형 인재(人災)이기도 했던 이번 산불을 '자연재해'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정부가 산불 피해면적을 '축소 집계'했다는 비판도 이어집니다. 산림청은 진화 직후 '산불 영향구역'을 4만8000여㏊라고 해왔는데, 최근 중간 집계 결과 피해면적이 9만9289㏊로 집계됐다고 밝혔습니다. 보수적인 피해 집계로 이재민들이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정부는 재해·재난 대응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3조2000억원으로 편성했는데요. 이 중 피해 주민 지원 예산은 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국회는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을 다시 점검해 피해주민 지원 예산의 증액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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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이제 어디서 일하나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용산 대통령실 이전 여부가 대선 주요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보면 김경수 전 경기지사가 '즉시 이전 후 서울·세종'을, 김동연 경기지사가 '즉시 세종'을 주장해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장은 용산, 장기적으로 세종'이라는 현실론 쪽입니다. 국민의힘 후보들은 나경원 전 의원을 제외하면 세종 이전에 찬성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대선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밖에 없어 논의를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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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 너무 적은 거 아냐?
정부가 경제침체 대응과 재난 피해 복구 등을 위해 12조2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편성했는데요. 지금의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관세전쟁 여파 등으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0%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거든요. 이번 추경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때나 코로나19(2019년) 때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습니다. 취약계층 직접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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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다면 울림을 주고 싶어"
가자지구 공습의 참상을 알려 온 팔레스타인의 젊은 사진기자 파티마 하수나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습니다. 그는 결혼식을 앞둔 예비 신부였고, 사망 전날에는 자신의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칸영화제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생전 "내가 죽는다면, 세상에 울림이 있는 죽음이 되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병원과 학교에까지 공습을 퍼붓는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커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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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마친 문형배의 '일침'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요지를 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지난 18일 퇴임식에서 '헌재 결정과 헌법에 대한 존중'을 주문했습니다. 헌재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윤 전 대통령, 위헌적 행위를 반복하고 있는 전·현직 대통령 권한대행(한덕수·최상목)이 새겨들을 말입니다. 한편 판·검사 출신 일색인 헌법재판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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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비판 시위에서 유행하는 구호📢예요. 미국 시민은 글로벌 관세 정책, 연방정부 구조조정,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표 정책을 중단하라는 뜻에서 '핸즈 오프(Hands Off·손을 떼라)'를 외치고 있습니다. 지난 5일엔 미 전역에서 50만명이 모였고, 19일에도 700여곳에서 각 수백~수천명씩 모여 트럼프 행정부를 규탄했습니다. '탄핵' '파면'을 요구하는 사람도 적잖이 볼 수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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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주의적 입장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여성들 간의 차이에 대한 숙고야말로 여성주의의 가장 큰 특징이다.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여성주의의 대표적 구호지만, 바로 그 순간 '어떤 여성인가'라는 질문이 동반된다. 흑인 여성과 백인 여성의 경험은 같지 않다. 중산층 여성과 가난한 여성의 삶은 말할 것도 없다. 여성들 사이에는 계급, 민족, 지역, 성 정체성, 장애, 나이 등 수많은 차이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주의 이론은 개인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같은 여성이라도 사정은 각기 다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여성주의는 맥락적 지식이며 젠더뿐 아니라 '다른 목소리'를 대변한다."
- 정희진 <여성학이란 무엇인가, 계명대 여성학과의 경우>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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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학자 정희진이 여성학이 필요한 이유에 관해 쓴 칼럼을 소개해요. 35년 역사를 지닌 계명대학교 여성학과가 폐지되고 사회학과에 흡수된다고 하는데요. 정희진이 말하는 여성학이란 젠더라는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목소리'를 대변하는 학문입니다. 그렇기에 정희진은 여성학은 '독립적인 학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수십 년간 여성주의를 공부한 여성주의자도 가부장제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긴장 상태에서 자기 시각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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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8일 레터에서는 제프 베이조스의 우주 기업 '블루 오리진'의 여성 우주여행이 오히려 '반페미니즘'이라는 비판을 받은 일을 다뤘어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함께 읽고 생각해볼 만한 몇 가지 답변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영국 대법원에서 나온 '생물학적 여성만 여성' 판결을 레터에 다뤄도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점선면도 관련 이슈를 살펴보겠습니다! 마침 경향신문 여성서사 채널 '플랫'에서 해당 이슈를 다룬 기사가 있어 함께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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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 그래도 우주여행을 간 여성들의 짤막한 인터뷰를 봤는데, 전문 숍에서 받은 듯한 헤어와 진한 화장, 여성의 라인을 강조하는 우주복의 모습을 보면서 이상한 이질감과 불편함을 느꼈어요. 그런데 점선면에서 마침 비행이 반페미니즘에 해당할 수도 있다는 담론이 형성됐다니, 페미니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은 저 같은 일반 시민도 불편감을 느끼는 행동이라면, 분명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식을 준 이벤트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점선면이 소개한 내용 덕에 생각해보지 않은 면을 보게 된 것 같아 유익했어요. (에그샌드님)
💬 다른 플랫폼에서 '여성 6인이 우주여행을 한다'는 간략한 내용만 읽었을 때는 막연히 좋다고만 생각했습니다. 기사를 다 읽고 나니, 이 행사는 '젊은 여성들에게 과학에 대한 열정을 고취'시키기보다는 '부유한 셀럽이 돼서 우주 인증샷을 남기고 싶다'는 열망을 불러일으킬 것 같아요. 기사 본문 중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NASA의 다양성이 손상되었다는 인터뷰가 있었는데요. 구체적으로 미국 이공계 분야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메르치님)
💬 블루 오리진에 관한 기사는 저도 이미 봤는데 매우 의아했어요. 단지 우주선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성별이 여성이라는 것만으로 페미니즘과 연관시킬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더라고요. 여성을 우대하는 게 페미니즘 아니냐는 일각의 편협한 주장을 현실화시킴과 동시에 '부유한' 여성이어야 대접받을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까지도 심어줄 수 있을 것 같아 불편했습니다. 페미니즘을 단순히 여성이라는 성별에 국한된 이슈로 생각하지 않고 세상의 모든 약자와 소수자들이 제대로 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마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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