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조장하는 건 도널드 트럼프다. 그가 군 병력을 투입하기 전까지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미등록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며 시작된 집회가 닷새째를 맞은 10일 오후(현지시간). LA 도심의 메트로폴리탄 구금센터를 마주 보고 있는 연방기관 청사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한목소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군대 동원 결정을 비판했다.

LA 시위는 지난 6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대대적인 이민자 단속 및 체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촉발됐습니다. 복면을 쓴 ICE 요원들이 공장 같은 일터를 급습해 이주노동자들을 체포·추방하자 시민들이 함께 저항에 나선 거죠. 시위가 확산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7일 주방위군을, 지난 9일 해병대를 투입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선포한 비상계엄이 헌법재판소로부터 "(계엄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위기 상황이 존재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결을 받았던 것을 기억하시나요? 트럼프 대통령도 비슷한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미국 민주당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뉴섬 주지사는 지난 10일 "불법적인 LA 내 군 배치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긴급 가처분을 신청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LA 시위를 폭동, 반란으로 몰고 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연설에서 LA 시위대를 "외국의 침공을 벌이고 있는 외국 깃발을 든 폭도들" "짐승" "범죄자들"이라고 불렀습니다. 같은날 대통령이 의회를 거치지 않고도 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반란진압법(Insurrection Act) 발동을 시사하기도 했어요. 일종의 계엄(Martial law)인 셈입니다.

"폭동"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달리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습니다. 지역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야간 통행금지령까지 내려진 지난 10일(현지시간) LA 시위 참가자들은 폭력이 공권력에 의해 자행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점 직원으로 일하는 콜린(30)은 "폭력은 경찰이 먼저 저질렀고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시위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민들은 퇴근 시간을 전후해 도심으로 모이고, 봉사자들은 체포에 대비해 생수병, 에너지바, 거즈 등 구호용품을 나눠줬습니다. 네 자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캐런(35)은 "이민자 부모가 추방돼 미 시민권자 아이들이 혼자 남겨지는 게 너무 마음 아프다"고 전했습니다. 

LA 한인들도 연대하고 있습니다. <데블스 플랜2>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이자 LA에서 태어난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민은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서 “군을 LA에 투입하는 것은 정의도 아니고, 사태를 진정시키는 것도 아니다”라며 “시위와 혼란에 대응하여 군을 보내는 것은 도시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도발하는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대응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권력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진보적인 대학들을 손보기 위해 하버드대를 골라 유학생 유입을 막은 것처럼 민주당 성향 도시들에 대한 경고로 LA에 초법적 권력을 행사한다는 겁니다. 정부를 따르지 않으면 '너도 똑같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위해서요. 군 동원 과정에서 지역적 범위를 LA로 한정하지 않음으로써 미래 미 전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집회·소요 사태에 또 군을 투입할 여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텍사스주는 지난 10일 질서유지를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하기로 자체 결정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에도 미국 시민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덴버, 오스틴,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에서 시위가 열렸습니다. 뉴욕 맨해튼에서만 약 2500명이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이민자들이 세운 나라'라는 미국의 정체성을 건드린 것이 도화선이 된 모양새입니다. 조홍민 경향신문 논설위원의 "언어나 피부색이 달라도 누구나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미국을 특별하게 만든 가치"라는 논평을 곱씹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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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3000피' 되나요? 코스피 지수가 어제(12일) 3000에 근접한 2920.03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7거래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코스피 3000'은 투자 심리가 긍정적으로 변하는 기준점으로 여겨지는데요. 증시 부양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를 향한 기대감, 수출 반등, 2차 추경 편성 등 호재가 반영돼 코스피는 3년 반 만에 2900을 넘었습니다.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도 9개월 연속 '팔자'를 멈추고 지난달부터 '사자'로 돌아섰습니다. 이 대통령도 지난 11일 한국거래소를 찾아 "주식시장에서 장난치면 패가망신한다는 걸 보여주겠다"며 불공정거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약속하고,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 추진을 못 박았습니다.

대구에서 50대 여성을 협박해 스토킹 혐의로 수사를 받던 범인이 결국 피해자를 살해하고 도주해 경찰이 추적에 나섰습니다. 범인은 아파트 가스 배관을 타고 6층 피해자 집에 침입해 범행을 저질렀습니다. 범인은 스토킹 사건 당시 구속 기로에 섰는데,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해 풀려났습니다. 앞서 지난달에도 경기 동탄에서 불구속 수사를 받던 스토킹 피의자가 전 연인을 살해했는데요. 피해자가 600쪽에 이르는 서류를 내며 구속을 호소했지만 경찰은 구속 절차 진행을 게을리해 공분을 샀습니다. 스토킹 범죄의 위험성을 수사·사법기관은 여전히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불법적인 전투에 참여하지 않겠다." 가자지구 전쟁이 20개월째 이어지면서, 이스라엘군에서도 전투를 거부하는 군인들이 나타났습니다. 장병 41명은 총리와 국방부 장관에게 보낸 서신에서 "민간인을 죽이라는 명령은 명백히 불법"이라며 "우리는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2023년 10월 전쟁 발발 이후 5만5000명이 숨진 팔레스타인은 말 그대로 '산 자가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곳이 됐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은 결렬 조짐을 보이고, 미국 정부가 주이라크 대사관 철수를 지시하는 등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어제(6월12일) 레터는 점선면과 21세기북스 출판사와의 협업으로 만든 특별판을 보내드렸어요. 점선면은 세계적인 윤리학자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석좌교수의 책 <빈곤 해방> 개정판 10주년 한국 출판을 맞아 싱어 교수를 인터뷰했는데요. 기부는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일과 같은 '윤리적 의무'라고 강조한 싱어 교수의 메시지를 읽으시고 많은 독자님이 의견을 보내주셨습니다.

지난 6월11일 정기 레터의 ‘뉴스브리핑’에서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트럼프 행정부가 군대를 동원했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독자님들을 위해 걸어둔 참조기사 링크에 관련 없는 다른 기사 링크가 걸린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이를 확인하고 알려주신 익명의 독자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더욱 더 꼼꼼하게 챙기는 점선면이 되겠습니다! 

💬'과연 나의 이 작은 손길이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이 기부를 망설이게 했던 것 같습니다. 역시나 뭐든 완벽하고 싶은 평범한 한국인의 욕심이겠죠. 그런데 '상처를 완전히 치료해주지는 못할망정 반창고를 붙여주는 것은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참 용기가 되네요. 근데 한편으로는 나조차도 행복하지 못한데 남의 불행한 삶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것도 공감이 됩니다.ㅜㅜ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를 탓하는 것도 사실 핑계일 뿐이겠죠. 어쨌든 작은 손길이라도 나로 인해 누군가의 세상이 행복해지길 노력해보겠습니다! (HR님)

💬너무 잘 읽었습니다. 능력주의와 성과보상제를 성서처럼 받드는 주장들을 대할 때면 사회적 자본과 우연, 그리고 운에 대해서 늘 생각하게 됩니다. 어떤 성취에 들떠 교만해질 때면 과연 지금 가진 것들이 내 순수한 재능과 노력에 대한 리워드가 맞느냐고 스스로 묻곤 합니다. 기부도 나눔이나 시혜라기보다는 보답이 아닐까 합니다. (도옹가스님)

💬'내가 살아서 세상이 더 나은 곳이 되는가'라는 질문을 오늘을 살아가는 모두가 한 번쯤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익명의 독자님)

💬당장 기부 갈기겠습니다. 어디에 기부하는 게 좋을지 많이 고민되는데, 기부단체 종류별로 간단하게 정리해주셨어도 좋았을 것 같은! (dmswlwy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