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한 고층 아파트 단지에서 초대형 화재 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오늘(1일) 현재까지 최소 146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불은 건물 외벽 시설물을 타고 퍼졌지만, 홍콩의 높은 집값으로 인한 밀집 주거가 피해를 더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데요. 홍콩처럼 고층 아파트가 즐비한 한국은 안전할까요?
📌점사실들 : 나무비계·그물망 타고 순식간에…
화재가 발생한 홍콩 타이포구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는 32층짜리 건물 8개 동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주거난에 시달리는 홍콩 저소득층을 위해 1983년 건설된 공공임대주택단지로, 2021년 기준 4643명이 살았고 주민 40% 이상이 노인이었습니다. 화재 당시에는 보수공사를 위해 건물 외벽이 대나무 비계(가설 발판)와 그물망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불은 지난달 26일 오후 2시25분쯤 아파트 1층 비계에서 일어난 것으로 전해집니다. 불길은 대나무 비계와 그물망을 타고 순식간에 번져 외벽을 휘감았습니다. 8개 동 중 7개 동이 불에 탔습니다. 불은 28일에야 완전히 꺼졌습니다.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오늘 기준으로 사망자는 최소 146명, 부상자는 79명입니다. 실종자도 40여명으로 추정되는데, 구조 작업이 진행될수록 사망자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홍콩 경찰은 과실치사 혐의로 건설업체 관계자들을 체포했습니다.
홍콩은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정부는 공식 애도기간을 설정하고, 곳곳에 설치된 추모당에 줄이 길게 늘어섰습니다. 오는 7일 예정됐던 입법회(의회) 선거가 연기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 등 각국 정상이 애도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지난달 28~29일 홍콩에서 열린 K팝 시상식 '2025년 MAMA 어워즈'도 화려한 연출을 배제하고 레드카펫을 취소하는 등 추모 분위기에서 치러졌습니다.
✏️선 맥락들 : 주거난·안전불감증 '총체적 난국'
홍콩 당국은 대나무 비계가 화재 피해를 키웠다고 지목하지만, 홍콩 시민들은 그런 시각에 비판적입니다. 좁은 집에 빽빽하게 모여 살 수밖에 없는 홍콩의 악명 높은 집값·주거난이 진짜 문제라는 겁니다. 홍콩 집값은 한때 세계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유명했고, 최근 부동산 폭락에도 여전히 최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1인당 주거면적은 15㎡(4.5평)에 그쳐 한국(33㎡, 10평)의 절반 수준입니다.
당국과 건설업체의 안전불감증이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웡 푹 코트 주민들은 지난해부터 보수공사에 사용되는 그물망에서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민원을 제기해 왔는데요. 정작 노동당국은 "보수공사에는 불꽃 작업이 없어 비계에서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고 답했습니다.
안전관리 미비로 여러 차례 징계를 받은 건설업체 '프레스티지'가 이번 보수공사 사업자로 선정된 배경에도 의문이 쏠립니다. 이 업체는 부정행위, 비계 설치·해체 감독 미시행, 출입구 안전 미확보 등으로 여러 번 벌금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홍콩 자문회사가 프레스티지에 대해 쓴 보고서에는 이 사실들이 빠져 있었습니다.
과도한 집값과 당국의 안전불감증이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홍콩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틀어막기 급급합니다. 독립적 조사위원회 설치를 요구한 대학생은 반중 선동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야간에 구호활동을 벌이던 이들이 해산되는 일도 있었습니다.
🗺️면관점들 : '가연성 외장재' 많은 한국
홍콩처럼 고층 아파트가 많은 한국은 어떨까요? 일단 한국은 목재 비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며 대부분 금속 비계를 사용합니다. 안전망도 난연·준불연 재질을 써야 하고 시험까지 거칩니다.
다만 한국은 외벽 마감재가 문제입니다. 불에 타기 쉬운 가연성 외장재로 외벽을 마감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15년 화재 사고로 5명이 숨진 경기 의정부시 아파트, 2017년 29명이 목숨을 잃은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는 스티로폼에 별도 마감처리를 한 '드라이비트'를 외장재로 사용했습니다. 화재가 잇따르면서 정부는 외장재 규제를 강화했지만, 규제 강화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가연성 외장재를 그대로 쓰고 있죠.
안전불감증도 한국의 고질적인 문제입니다. 지난해 7명이 숨진 경기 부천시 호텔 화재 사고 때는 건물에 스프링클러나 간이완강기 등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비상대피 탈출로가 적치물로 막혀 있고 스프링클러가 잠겨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화재가 남 일 같지 않은 건, 한국도 도시화와 높은 집값으로 인해 다닥다닥 붙어 사는 사회라는 점 때문입니다. 특히 주거취약계층이 주로 사는 '도시형 생활주택(전용면적 85㎡ 이하, 300세대 미만 규모 주택)'은 화재에 더 취약합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도시형 생활주택을 도입하면서 스티로폼으로 외벽을 마감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습니다. 그 결과 화재가 번지기 쉬워졌고, 매년 20여명이 도시형 생활주택에서 화재로 목숨을 잃습니다. 홍콩에서도 한국에서도 사회적 약자들은 더 위험한 주거지로 내몰리게 되는 현실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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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고객 계정 수가 3370만개로 확인됐습니다. 쿠팡이 지난달 20일 신고한 4536개보다 7500배 더 많은 수치입니다. 쿠팡은 유출된 정보가 이름·이메일·배송지 주소뿐이라며 "고객이 별도 조치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정부는 피싱 시도가 예상된다며 대책을 안내했습니다. 경찰, 민·관합동조사단은 원인 규명에 나섭니다. 일부 시민들은 쿠팡을 상대로 한 집단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농어촌 기본소득'이 국회 내년도 예산안 협상에서 막판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추가 지정과 국비 증액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반영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안은 정부안보다 2배 늘어난 3409억원 정도입니다. 국민의힘은 재정 악화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정부에서도 우려가 나옵니다. 기본소득·대미투자 등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한 여야 원내대표는 어제(30일) 협상에서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습니다.
중국에 대부분을 의존하는 희토류 수급 대안으로 '도시광산'이 떠오르고 있습니다. 도시광산이란 폐가전 등에 들어 있는 금속을 회수해 다시 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장을 말하는데요. 지난달 30일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의 도시광산이 구리 등 전통적 광물 위주라 희토류 등 육성정책이 시급하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0일 경향신문이 직접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를 찾아 재자원화 과정을 취재해봤습니다.
"장발장이 존경받는 '마들렌 시장'이 된 뒤에도 자베르는 "범죄자는 영원히 악하다"는 신념을 꺾지 않은 극단적 법 수호자이자 가해자였다. 감옥에서 나온 장발장을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 받게 한 '노란 여권' 역시 그에겐 전과자 증명서라는 가중처벌이었다. 미리엘 신부의 사랑과 용서가 장발장을 다시 태어나게 했단 것이 <레미제라블>의 서사다. 하지만 상처 없는 사랑과 용서가 있을까. 장발장에겐 빵 한 조각이 자신의 운명을 파멸시킨 상처도 컸지만, 약자에게 가혹한 19세기 프랑스 사회의 온갖 '가중처벌'이 더 큰 상처였다."
- 구혜영 논설위원 <'초코파이 재판' 무죄가 남긴 것> 중에서
벌금 5만원의 1심 선고가 난 40대 하청노동자 김모씨의 '초코파이 절도' 사건이 지난달 27일 항소심에서 뒤집혔습니다. 재판부는 "냉장고 안에 있는 간식을 자유롭게 먹어도 된단 말을 들은 상황에서 절도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출입이 금지된 사무실에 들어가 과자를 꺼내 먹을 권한이 없단 걸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한 1심 판결에 대해 "각박하게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도 했습니다. 1심은 '아무나 간식을 꺼내 먹었다'고 한 동료들의 사실확인서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벌금형만 받아도 실직 위기에 처하는 경비업법이 생계형 노동자들에겐 공포임도 가벼이 봤습니다. 구혜영 논설위원은 "150년 전 장발장이 '노란 여권'에서 해방됐던 것처럼, 지난 2년간 김씨를 짓눌렀던 모든 '가중처벌'도 당연히 무죄여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폭우로 인도네시아 북수마트라주 델리세르당 주민들이 아이들을 플라스틱 통에 태운 채 대피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까지 인도네시아·스리랑카·태국 등 국가에서 기록적 폭우로 7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요. AFP통신에 따르면 피해가 가장 큰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이클론(열대성 폭풍) '세냐르'가 몰고 온 비로 최소 417명이 사망했습니다. 기후 변화로 우기가 길어진 데다 태풍과 사이클론이 맞물린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지난달 28일 레터는 점선면 코너 중 하나를 확장한 '밑줄특집'으로 꾸며봤는데요. 점선면 기자들이 직접 꼽은 책 속의 글귀를 소개해드렸습니다. 다만 아쉽게도 점선면팀의 실수로 레터 내에 '피드백 남기기'를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독자님들은 특집편을 어떻게 보셨나요? 매달 한편씩 특집을 전달드리는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또 오늘 레터에서 다룬 홍콩 화재 참사에 대한 독자님의 의견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