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객들이 설레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공항. 그곳에 꼼짝없이 갇혀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한국 정부의 지나치게 깐깐한 난민 인정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난민신청자들입니다. '공항난민'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길게는 1년 넘게까지 공항에 갇혀 사실상 노숙을 합니다.
오래된 이슈가 최근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유엔이 400일 넘게 인천국제공항에서 생활해 온 한 공항난민 사례를 두고 '한국 정부가 국제협약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면서인데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점사실들 : 공항에 갇힌 '423일'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 리카씨(52·가명)는 내전을 피해 2020년 2월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는 도착한 뒤 바로 난민 신청을 하겠다고 했는데, 법무부는 들어주지 않았어요. 법무부는 환승편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그가 '환승객'이라 난민 심사 기회를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는 공항 환승구역에 갇혔습니다.
리카씨는 인권단체들의 도움으로 소송을 걸었고, 2021년 5월 법원이 '난민 심사를 받아야 한다'고 결정하면서 비로소 공항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공항 생활 423일 만입니다. 국내 최장기 공항 난민인 그는 공항을 나온 뒤에도 오랜 노숙으로 인한 허리 통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렸어요. 그는 한 차례 난민 불허 결정을 받고 지금은 재신청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리카씨는 공항에서 지내던 2020년 6월 유엔 자유권위원회에 진정을 넣었는데요. 위원회는 6년 만인 지난 2일(현지시간) 마침내 답을 내놨습니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는 리카를 14개월간 비인도적 조건 속에 가두고 권리를 침해해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을 위반했다"며 "적절한 피해 보상과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했어요.
✏️선 맥락들 : 11살 소년도 지금 인천공항에
리카씨 같은 공항난민, 한두 명이 아닙니다. 이집트 정부에 탄압당한 인권변호사 A씨는 지난해 6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가 그의 출국 이력이 많은 점 등을 들어 "난민이 아니다"라며 심사를 거부해 4개월 동안 공항에서 노숙했습니다. 군부독재를 피해 고국 말리를 떠난 B씨와 11살 아들도 난민 신청이 기각돼 지난해 6월부터 10개월째 인천공항에서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김해국제공항에 도착한 기니 출신 난민 C씨도 5개월 동안 햄버거만 받으며 노숙했습니다.
공항난민들의 생활은 어떨까요? 경향신문은 2019년 2월 인천공항에서 노숙하던 난민 루렌도씨 가족을 만난 적 있습니다. 이들은 제1터미널 한쪽에 소파 3개를 붙여 놓고 살았습니다. 늦은 밤까지 불을 켜놓는 데다 사람들이 돌아다녀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고, 겨울에도 틀어 놓는 에어컨 때문에 추위에 시달렸죠. 287일 동안 공항에서 지낸 루렌도씨 가족은 2021년 10월 난민 인정을 받았어요.
고된 생활에 병을 얻어도 의료서비스를 받기 어렵습니다. 보안구역인 공항 특성상 이들이 밖으로 나가기도, 의료진이 공항 안으로 들어오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긴급한 상황에서는 '긴급상륙허가'를 받을 수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긴급상륙허가 신청과 치료비 부담 등을 맡아야 하는 항공사의 협조를 구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공익법단체 '두루'는 2020년 공항난민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난민신청자들은 항공사가 치료비를 부담하는 것을 꺼렸고, 자비로 치료비를 부담하겠다고 한 후에야 치료할 수 있었다"고 했어요.
🗺️면관점들 : 난민 허락하지 않는 코리아
이들이 오랫동안 공항에 갇히는 이유는,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더 어려운 한국 정부의 깐깐한 난민 심사 때문입니다. 2024년 한국의 난민 인정률은 1.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4.8%의 10분의 1에도 못 미쳤습니다. 난민 심사를 마친 뒤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만 따졌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리카씨처럼 난민 신청 자체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많아요.
한국 정부가 난민 자격을 깐깐하게 따지는 이유는 정확히 알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난민 관련 정보 공개를 극도로 꺼리거든요. 그러나 난민 인정의 문턱이 높은 건 어쩌면, 한국 정부가 난민이라는 존재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2년 5월 경향신문은 밀실 속에 숨어 있던 정부의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 지침' 문건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난민인권센터의 소송으로 드러난 문건에는, 한국 정부가 난민신청자를 기본적으로 '가짜난민'으로 의심하며 특정한 '난민다움'을 요구하는 듯한 내용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난민신청자가 체류자격 관련 소송 결과에 불복해 항소·상고하면 '소송남용자'로 낙인찍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도적체류자가 결혼하면 '혼인의 진정성'을 따지도록 하는 내용도 있었어요.
법무부는 소송 과정에서 "지침이 공개되면 난민신청자 등이 기준을 유리하게 적용해 체류허가 신청을 하거나 불법 취업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법원은 "정보가 공개돼야 난민법령 등이 보장하는 관련자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고요. 소송 끝에 지침은 공개됐지만, 공항난민들의 사례를 보면 정부의 태도는 그리 달라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을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통제하고 나섰습니다. 이란은 선박 수를 하루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걷겠다는 방침을 세웠는데요.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단체인 헤즈볼라를 향해 대규모 폭격을 퍼부은 걸 문제삼았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이번 휴전 합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더 강력하고 격렬하게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휴전은 시작부터 불안합니다. 미국과 이란은 오는 11일 전쟁 시작 이후 첫 대면 회담을 준비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전쟁 반대파' J D 밴스 부통령이 대표인 협상단을 파견할 예정입니다.
'유치원 교사 패러디'에 쏟아진 공감
코미디언 이수지씨가 유치원 교사의 고충을 패러디한 영상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영상 속 교사는 새벽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새벽·야간돌봄을 도맡는데요. '대변 뒤처리할 때 고급 티슈를 써달라' '아이가 INFJ니까 E인 친구들과 반을 분리해달라' 등의 민원을 받고는 귀에서 피가 나는 장면이 그려졌습니다. 실제로 유치원 교사들은 절반가량이 2년을 채 버티지 못할 정도로 근속연수가 짧은데요. 낮은 임금과 병가조차 마음대로 쓸 수 없는 근무 환경이 원인으로 꼽힙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교사들 착취 안 하는 어린이집을 추천해달라' 등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메타의 '절치부심', 새 AI 모델 '뮤즈'
구글·오픈AI 등 선두 그룹과의 AI 경쟁에서 밀렸던 메타가 새 AI 모델 '뮤즈 스파크'로 돌아왔습니다. 8일(현지시간) 공개된 뮤즈 스파크는 지난해 메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은 '인재 쟁탈전' 이후 선보인 첫 결과물인데요. 'GPT-5.4'(오픈AI), '제미나이 3.1프로'(구글) 등에 근접하는 수준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멀티모달 작업(텍스트 외 이미지·동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 등에선 더 뛰어났습니다. 메타는 지난해 4월 출시한 모델 라마 4가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았는데요. 뮤즈로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합의금'이라는 말부터 사라져야 한다. 가해 행위에 대한 합의(合意), 의견 일치는 있을 수 없다. '같은 성폭력'을 당했는데, 어떤 여성은 수백억원의 배상금을 받고 어떤 여성은 그렇지 않다. 전자의 경우 끊임없이 남성 문화에 의해 '진정한' 성폭력과 그렇지 않은 성폭력을 구분케 하고 희화화된다. (…) 성폭력 피해는 개별 여성의 몸에서 감각된다. 계량화(計量化)하거나 법정에서 정확히 다루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지금처럼 가해 남성의 계급에 의해 피해액이 정해지는 것은 성폭력을 성매매화하는 것이다."
- 정희진 칼럼 <성폭력, 빌 코즈비의 경우> 중에서
미국 코미디언 빌 코즈비는 1972년 레스토랑 직원을 성폭행했습니다. 미국 법원은 피해 여성에게 1925만달러(약 287억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습니다. '유명한 부자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받는 사건은 단골 뉴스거리인데요. 여성학자 정희진은 가해 남성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에 따라 피해액이 정해지는 현실은 성폭력을 마치 돈으로 거래하는 성매매처럼 취급하는 것이라고 꼬집습니다. 그는 정부 차원의 여성 인권 기구가 피해 정도에 따라 배상액을 정하자고 제안합니다.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올해 첫 '현충문 군 의장행사'. 행사장 옆 갓길에 차 한 대가 멈춰 섰습니다. 현충원 직원이 다가가자 차에 탄 중년 여성은 뒷자리의 노인이 걷지 못한다고, 그런데도 이 행사를 너무나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습니다. 직원은 노인의 모자를 확인하고는 활짝 웃으며 현장이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차를 안내했습니다. 한국전 참전용사 모자를 쓴 노인은 차 안에서 행사를 관람했습니다. 그는 구령에 맞춰 반듯하게 움직이는 의장대에 눈을 떼지 못했는데요. 이 근사한 배려, 평생을 헌신한 참전용사의 하루에 잊지 못할 선물로 남지 않았을까요?
점선면팀이 '피드백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4월 한 달 동안 남겨주신 피드백 중 인상 깊은 3개를 골라 소정의 선물을 드리려고 합니다. 그동안 독자님이 보내주신 의견은 점선면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 되기도 하고, 더 좋은 레터를 쓰도록 독려하는 힘이 되기도 했는데요. 독자님들과 이런 긍정적인 소통을 더 늘리기 위함입니다. 선물은 경향신문 문화부에 도착한 신간도서 중 점선면팀이 특별히 선정해 '랜덤'으로 보내드릴 예정입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이벤트에 참여하려면? 피드백을 보내실 때 연락처(휴대전화 번호)를 남겨주세요. 선정된 독자님께는 선물 배송 주소 등을 여쭈기 위해 연락을 드릴 예정입니다😊
어제(9일) 레터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후통첩 시한을 불과 90분가량 앞두고 '2주간 휴전'이라는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하지만 합의 하루 만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대규모로 공습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폐쇄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전쟁이 끝날 때까지 주요 뉴스들, 점선면이 놓치지 않고 잘 정리해보겠습니다!🫡
오늘 레터는 인천공항에서 400일간 갇혀 있어야만 했던 리카씨의 사연을 담았습니다. 리카씨 같은 '공항난민'이 적지 않다고 하는데요. 독자님은 난민 문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보세요?
💬트럼프가 2기 집권을 한 후 지금 전 세계인들이 깨달은 진실은 미국이 더이상 세계를 이끌어나갈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그냥 자국의 이익을 위해 남의 나라를 침략하고 경제의 목줄을 조르는 깡패 국가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로 보이는 트럼프가 만들어낸 이 굴욕적인 미국의 이미지를 차기 미국 대통령이 되돌려 놓을 수 있을까? 그러하기엔 트럼프의 임기가 너무 많이 남았다. (일송님)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에게 꽃신 하이힐을 선물하자는 아이디어를 누가 냈을지 정말 궁금해집니다. 영화의 느낌도 살리면서 우리나라 문화를 선물한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해요. 선물을 받고 진심으로 기뻐하고 소중히 여기는 모습을 보여준 두 배우의 반응 덕분에 더 보기 좋은 순간이었습니다. (마고님)
💬이란-미국 전쟁 흐름은 워낙 말도 많이 바뀌고 빨라서 정보를 습득하는 피로도가 심한데, 오늘 아침 휴전 소식을 두고 점·선·면으로 나눠보니 깔끔하게 이해돼서 정말 좋았습니다. 표를 보고 다음에 면을 보니 내용에 좀 더 집중하게 됐고요. (미나님)
💬(8일 레터를 읽고) 이번 위기를 재생에너지 체계로 전환하려는 기회로 삼겠다는 정부 발표와 자세한 분석을 덧붙인 기사로 이해도가 높아졌습니다. 다만 전기 국가로 가야 한다는 명제가 기본적으로 맞다고 해도 재생 전기에너지 생산을 위한 태양광 패널, 풍력발전기에 막대한 희토류 자원들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희토류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 이슈와 친환경 전기장비 제조를 위한 석유 자원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는 역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이런 부분들에 대한 기획 기사가 이어진다면 저를 포함한 국민들의 이해와 참여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아 점선면팀에 기대해 봅니다. (함께잘살자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