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의 또 다른 핵심이자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윤 대통령의 담화 이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통치권한 행사였으며, 이를 수사하는 것이 도리어 내란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검찰 수사가 "불법 수사"라며 진술을 거부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난 8일 검찰에 자진 출석하고, 구속 필요성을 다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절차를 포기했지만 자신의 죄를 인정해서는 아니었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윤 대통령과 일심동체인 것입니다.

김 전 장관이 입을 다물거나 말거나, 윤 대통령에게 불리한 진술은 계속해서 나옵니다.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이 왜 국회의원들을 끌어내지 못하냐며 화를 냈다고 진술했습니다. 국회를 무력화할 의도가 없었다는 윤 대통령의 지난 12일 '대국민 변론'과 차이가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게 됐습니다. 한 권한대행도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내란을 막지 못한 혐의로 고발돼 있죠. 이 때문에 한 권한대행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같은 적극적 역할을 하기보다는 국정을 수습하면서 최소한의 권한만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 권한대행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해 한·미 관계부터 챙겼습니다.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만남을 청했고, 국회와의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정 혼란을 막기 위해 한 권한대행 탄핵은 추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 권한대행과 14일 통화했다며 "한 권한대행도 (중립적 국정운영에) 흔쾌히 동의하셨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당분간 매주 교육·복지·고용 등 분야 장관 간담회를 열 예정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당정협의'를 통해 국정을 돌봅니다.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국민의힘도 후유증이 큰 만큼 민주당은 정부와 국회가 '국정안정협의체'를 꾸려서 나랏일을 수습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야당들도 참여하는 형태입니다. 국무총리실은 "여야를 포함한 국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화답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야당이 여당 행세를 하는 것'이라며 이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5일 "우리 국민의힘은 여전히 여당"이라며 "(민주당이) 국정운영의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어요. 대신 당정협의를 다시 시작하자고 한 권한대행에게 요청했습니다. 국정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요.

엉망이 된 나랏일을 수습하는 데도 신경전이 벌어진 셈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그 어느 때보다 여야, 야당·정부 간 대화·타협의 정신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국민 앞에 일말의 죄의식이라도 느낀다면, 나라와 국민을 위한 협치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14일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회는 탄핵소추 의결서를 헌법재판소에 전달했습니다. 배정된 사건번호는 '2024헌나8'. 15일 곧바로 사건 검토에 착수한 재판관들은 16일 오전 10시 첫 회의를 엽니다.

결정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헌법재판소법은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선고할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는 선고까지 91일이 걸렸어요. 윤석열 대통령 사건은 쟁점이 비교적 간단해 결정이 오래 걸리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탄핵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현재 헌법재판관 9석 중 3석이 공석이라 재판관이 6명뿐이에요(관련 영상). 만장일치가 아닌 이상 탄핵이 불가능합니다. 비어 있는 3석은 국회 추천 몫입니다. 여야는 헌법재판관 후보를 추천하고 인사청문회 일정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가 추천한 후보가 모두 헌법재판관에 임명될 경우 총 9명 중 5명은 중도·보수 성향, 4명은 진보 성향으로 분류됩니다. 이번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12·3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얼마나 중대하게 위반했는지가 쟁점이므로 이념 구분이 의미가 없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찬성표는 204표였습니다. 범야권 표가 192표이니, 국민의힘에서는 최소 12명이 찬성표를 던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탄핵안 가결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많지도 않은 이 12표를 색출하려고 했다네요.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한 명씩 일어나 찬성·반대·기권 여부를 밝히자'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을 '마녀사냥'하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동지와 당을 외면했다' '우르르 대세를 따라가는 레밍쥐다' '쥐새끼마냥 뒤통수를 쳤다'….

탄핵 찬성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김예지 의원이 "제명해 달라"고 하자 "탈당하라"고 맞받은 의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김 의원은 비례대표로, 탈당을 하면 의원직이 사라집니다. 나가라는 거죠.

국회가 마비될 위험에 처했었는데도, 이토록 많은 국민이 윤 대통령이 더 이상 대통령이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도 12명이 찬성했을 뿐입니다. 이미 탄핵안이 국회를 떠나 헌법재판소로 간 마당입니다. '배신자'를 찾겠다며 도끼눈을 뜰 게 아니라, 이제라도 두 번 연속 탄핵 대통령을 배출한 데 대한 자성을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 당명을 계속 쓰고 싶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