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모두 1순위로 '경제성장'을 꼽았습니다. 이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김 후보는 "자유 주도 성장,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제목으로 뽑았어요.
눈에 띄는 건 이 후보의 기조 변화입니다. 그동안 민주당의 경제 정책은 분배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이 후보의 기본소득 주장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번에는 분배보다 성장으로 확 기울었습니다. 최근 민주당이 스스로를 '제대로 된 보수'로 규정하고 이 후보가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상황과 맞닿아 있어요. 그 결과 1순위 공약에서는 거대 양당의 정체성 차이가 뚜렷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 후보는 '인공지능(AI) 등 신산업'과 'K-콘텐츠'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AI 예산을 선진국 수준으로 늘리고 민간 투자 규모를 100조원까지 확대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후보 측은 100조원을 마련하기 위한 '국민참여펀드' 구상을 밝힌 적 있어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대한 투자금에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해주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K-방산' '연구개발(R&D)' '벤처·스타트업' '스마트농업·푸드' 등 지원·육성도 담겼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기업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발상입니다.
반면 김 후보는 추가 재정 소요 없이 규제 완화와 민간·기업 자율성 확대를 통해 성장을 이루겠다는 쪽입니다. 보수 진영의 전통적인 경제 기조에 가깝습니다. 신기술·신산업 분야 규제를 철폐하고, 법인세·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했습니다. 노사합의를 전제로 '1주일 최대 52시간' 노동시간 상한도 손보겠다고 해요. 김 후보는 이어지는 2순위 공약(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에서 AI 인재 20만명 육성, 100조원 규모 민관합동펀드 조성 등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는 민주당의 펀드 구상과 닮았습니다.
두 후보의 약속이 극명하게 갈리는 지점은 '권력기관 개편'입니다. 계엄과 탄핵에 대한 두 후보의 인식 차이가 드러납니다. 이 후보는 2순위 공약으로 "내란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을 올렸습니다. 대통령 계엄 권한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 국회 계엄해제권 제도적 보장 강화, 검찰 수사·기소 분리 및 기소권 남용 통제 강화, 검사 파면 제도 도입, 국방 문민화 및 군 정보기관 개혁 등을 담았습니다.
김 후보는 "특권을 끊는 정부, 신뢰를 세우는 나라"를 후순위인 9순위에 넣었습니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폐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감사 허용, 사법방해죄 신설 등을 담았는데요. 계엄 사태를 적극적으로 수사한 공수처, 부정선거론을 맹신하는 일부 지지층이 비난하는 선관위를 표적으로 삼은 겁니다. '반국가세력 대응 역량 회복'이란 공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반국가세력'을 말하던 장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다른 후보들은 어떨까요?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의 1순위 공약은 정부 부처 효율화("대통령 힘 빼고 일 잘하는 정부")입니다. 19개 부처를 13개 부처로 개편하는 방안인데, 자신이 오랫동안 주장해 온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를 강조했습니다. 해외로 이전한 국내 기업 공장을 다시 국내로 복귀(리쇼어링)시키겠다는 공약이 특이합니다. 다만 국적·지역에 따라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공약은 논란이 예상됩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의 1순위 공약은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입니다. 민주당·국민의힘·개혁신당 후보가 모두 보수적 공약을 앞세운 가운데 홀로 진보적 공약을 강조했는데요. 상속·증여세 90% 인상, 부유세 신설, 소득세·법인세 할증 등 적극적인 '부자 증세'로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입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을 위한 노동권 보장,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도 함께 공약했습니다. 권 후보는 주요 후보들 중 유일하게 성평등·젠더 관련 공약을 10대 공약 항목에 포함시켰습니다.
선거운동 첫날인 12일, 각 후보가 고른 첫 유세 장소도 성향을 보여줬습니다. 이재명 후보는 시민 집회가 자주 열린 서울 광화문 청계광장에서 시작해 판교(IT), 동탄(반도체), 대전(과학기술)을 찾았습니다. 김 후보는 전통시장인 가락시장에서 유세를 시작해 '보수의 심장' 대구로 향했습니다. 김 후보는 중간에 대전현충원을 찾아 연평해전·천안함 전사자 묘역을 참배했습니다. 이곳엔 2023년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작업 중 사망한 해병대 채 상병의 묘역도 있는데, 김 후보는 채 상병이 누군지도 모르는 듯한 반응을 보여 뒷말이 나왔습니다.
이준석 후보는 석유화학산단인 전남 여수국가산단에서 이공계 정체성을 강조하고, 서울 연세대에서 청년들을 만났습니다. 노동변호사 출신인 권 후보는 리프트 차량에 올라 세종호텔 노동자와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공농성장을 찾고, 여성 유권자 정책토론회에 참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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