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를 두고 흔히 법과 정의를 지키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라고 합니다. 하지만 사법부가 정말 법과 정의에 충실했는지 따져보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합니다. 강자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리거나, 판결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죠.
이에 정부·여당은 대법관 증원과 내란특별재판부 등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개혁'을 추진하는데요. 벌써 시끌시끌합니다. 대법원은 강하게 반발하고, 더불어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까지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왜 이렇게 찬반이 격하게 부딪힐까요?
📌점사실들 : "대법관 증원" vs "재판 독립 침해"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는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26명으로 단계적 증원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최근 당 지도부에 보고했습니다. 당초 30명까지 증원하려던 것을 조정한 겁니다. 대법관추천위원회에서 법원행정처장을 빼고 헌법재판소 사무처장으로 교체해 대법원의 발언권을 줄이는 내용도 있습니다. 민주당은 법관 평가제도 개선,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도 추진합니다. 이와 함께 내란 사건을 전담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주장합니다.
전국 법원장들은 지난 12일 회의를 열어 이 사법개혁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했습니다. 법원장들은 판결문 공개 확대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에는 대체로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대법관 증원과 대법관추천위 구성 변경, 법관 평가제도 등에는 '재판 독립을 침해할 수 있다'며 반대했습니다. 내란특별재판부에도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 위헌 소지가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민주당은 공세를 높였습니다. 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정청래 대표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실도 "국민적 요구가 있다면 돌이켜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법원 내부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선 맥락들 : 전원합의체? 삼권분립? 쟁점 무엇일까
가장 뜨거운 주제인 '대법관 증원'과 '내란특별재판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대법관 증원 논쟁은 오래전부터 계속됐습니다. 대법원 바깥에서는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세였습니다. 대법원에 오는 사건은 한 해 3만~5만건인데 대법관은 35년째 14명이라 재판 지연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반발합니다. 대법원에 상고되는 사건 대부분은 대법관 4명이 들어가는 '소부'에서 심리하는데, 판례 변경이 필요하거나 특별히 중요한 사건인 경우 대법원장 포함 14명 대법관으로 구성되는 '전원합의체'에서 다룹니다. 대법원은 대법관이 늘면 사회적 가치와 기준을 제시하는 '정책법원' 성격인 전원합의체 논의가 충실하게 진행되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대법원은 대법관을 늘리는 대신 상고심사제(상고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에만 사건을 심사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1~2심 판사를 늘려 하급심에서부터 납득할 만한 판결을 내자고 주장합니다.
대법원 주장에 대한 주요 반박 논리는, 전원합의체에 가는 사건은 상고사건의 0.02% 수준(2023년)이라는 점입니다. 절대다수인 소부 사건을 잘 처리하려면 대법관 증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지금도 대법관 수가 부족해 소부 사건 상당수를 부장판사급 경력을 가진 판사(대법원 재판연구관)들이 맡고 있습니다. 정책법원 역할도 헌법재판소가 주로 수행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대법관 증원으로 대법관 개개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대법원이 우려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옵니다.
대법원·법원장들과 일선 판사·법조인들이 온도 차를 보이기도 합니다. 2018년 전국법관대표회의 설문조사에서 설문에 참여한 판사 중 54%(481명)가 대법관 증원에 찬성했습니다. 같은 해 대한변호사협회 조사에서도 78%(1544명)가 증원에 찬성했고요. 법학 교수 34명은 지난 5월 성명서를 내 대법관을 50명 이상으로 늘리고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했어요.
내란특별재판부를 두고도 찬반이 강하게 부딪힙니다. 정부·여당은 지귀연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영장 기각 등을 보면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대법원은 이 제도가 삼권분립에 반한다고 봅니다. 내란특별재판부는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판사들로 재판부를 구성하게 되는데, 이는 사법부 밖에서 재판에 개입하는 형식이라는 겁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이를 당론으로 채택한 상황은 아닙니다.
🗺️면관점들 : "방향 옳더라도 충분히 논의하자"
많은 이들은 사법부에 싸늘한 시선을 보냅니다. 사법부 자신이 사법 불신을 자초했다는 겁니다. 전관예우나 '솜망치 판결'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같은 큰 사건도 있었죠. 대법원은 이번 대선을 한 달 앞둔 5월1일 이재명 대통령(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대선 개입'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전에 없던 계산 방식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한 지귀연 부장판사도 거센 비난을 받았고요.
다만 정부·여당도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여론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사법개혁 관련 입법은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물살을 탔거든요. 지나친 속도전과 일방통행은 이번 개혁이 '사법부 압박용'이라는 의심을 사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다수 여당이 증원 대법관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채울 수 있다고도 비판합니다.
정부가 여러 우려를 불식시키면서 모두가 동의할 개혁을 추진하는 방법은 결국 하나입니다. 국회와 사법부,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깊고 긴 숙의입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사법부도 참여하는 논의 틀에서 충분한 숙의와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최종안을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도 사법 불신에 대한 사법부의 냉정한 현실 인식과 맹성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방향이 옳더라도 총론뿐 아니라 각론까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돼도 지속 가능한 개혁이 진정한 개혁이다."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말을 모두가 새겨듣기를 바랍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15일)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 재판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2년을 구형받았습니다. 26명의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관계자들도 징역형과 벌금형 등이 구형됐는데요. 사건 발생 6년5개월 만입니다. 2019년 이들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려는 국회 절차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당시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은 "저항권 행사였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선고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됩니다.
정부, 추석 민생대책 보따리 푼다
다음달 3일부터 시작되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어제(15일) 정부와 여당이 민생안정대책 보따리를 풀었습니다. 당정 협의 결과 주요 성수품인 사과·배는 평시의 3배, 배추는 16배 이상 확대 공급하기로 했고요.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 양곡도 2만5000t을 추가로 풉니다. 연휴 기간 내수 활성화를 위해 바가지 요금 단속 강화, 숙박 할인쿠폰 발급, 국립 박물관·미술관 무료 개방도 실시합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다음달 4일부터 7일까지 면제되고, KTX·SRT 요금은 30~40% 할인됩니다.
부작용 우려 있는데 위고비 처방 찍어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사형 의약품 위고비 처방의 27%가 30개 병원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상위 30개 병원의 누적 처방 건수는 10만여건, 가장 많은 처방전을 내준 서울 종로구 한 의원의 경우 하루 평균 64명에게 처방한 것으로 환산됩니다. 소위 '성지'로 불리는 일부 병원에선 원내 조제 등 법 위반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부작용 우려가 있는 만큼 유행에 휩쓸리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 중국·카자흐스탄·방글라데시·수단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민 8명이 지난 14일 디제잉을 배우기 위해 모였습니다. 디제잉이란 여러 음악을 섞어 즉흥적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일을 말하는데요. 다른 곡으로 넘어갈 때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박자를 이어주는 '비트 매칭'이 첫 수업 주제였습니다.
🎶 이주민들이 수업을 받은 서울 영등포구 이주민문화예술공간 '프리포트'의 역할도 한국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잇는 데 있습니다. 워크숍을 기획한 아시아미디어컬쳐팩토리(AMC) 섹 알 마문(51) 활동가는 "이주민이라서가 아니라 '친구니까 함께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강사 엄선호씨(29)는 "다양한 이주민들이 자신의 문화를 담은 음악을 공유하면서 교류했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 소통을 가로막던 언어도 음악 앞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국에서 온 김상미씨(24)는 "음악으로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며 "음악은 언어가 없어도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수강생들이 갈고 닦은 실력은 오는 10월25일부터 열리는 서울이주민예술제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4월 내한한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미국 우익 찰리 커크를 애도하는 듯한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은 지난 1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콘서트에서 "커크의 가족에게 사랑을 보내자"고 말했는데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연 영상이 공유되면서 "그간 쌓아온 커리어를 내던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커크는 지난 10일 미국 유타주에서 연설 중 총격으로 사망했는데요. 전 세계 극우 세력들이 연대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어제(15일) 레터는 네팔 반정부 시위의 배경과 의미에 대해 다뤄봤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준 네팔 프라틱 기미레 기자는 한국 독자들에게 "네팔 시민들의 좌절감이 매우 컸다는 점, 네팔에 심각한 부패가 존재했고, 이를 통제하거나 처벌해야 할 기관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는데요. 일부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네팔 시민들의 분노를 함부로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레터에서는 사법개혁에 대해 다뤘는데요. 독자님은 대법관 증원 등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안에 동의하시나요?
💬네팔 시위를 보며 시민은 부패한 정부를 용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습니다. 시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져서 다행이지만 그 전에 이미 19명의 귀한 생명이 스러졌다는 게 너무 가슴 아프네요. 네팔 시민들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의 탄생을 기원합니다. 네팔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노력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마고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