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으로 정치권이 뜨겁습니다. 대장동 사건만으로도 복잡한데 이번엔 '항소 포기' 논란까지 겹쳐 사안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요. 오늘 점선면은 대장동 사건 수사·재판 흐름부터 항소 포기의 의미까지 짚어보겠습니다.
📌점사실들 : 검찰, 대장동 1심 선고에 '항소 포기'
논란의 출발점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1심 선고입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조형우)는 지난달 31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김만배씨 등 민간업자들(남욱·정민용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에게 최대 징역 8년과 총 473억여원에 달하는 추징금을 선고했는데요.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 등은 검찰 구형보다 높은 징역형이 선고됐습니다.
피고인 5인은 모두 항소했지만 검찰은 항소 기한인 지난 7일까지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항소란 1심 판결에 불복해 2심을 요구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피고인 항소권 보장 차원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이 적용돼 2심 형량이 더 무거워질 수 없습니다.
✏️선 맥락들 : 윤 정부 때 재수사, 정치 쟁점화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예비후보 시절인 2021년 9월 언론 보도로 처음 제기됐습니다. 검찰은 같은달 수사에 착수해 10~12월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을 차례로 기소했습니다.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에 대장동 개발 이익을 몰아주는 사업 구조를 설계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였습니다. 당시 검찰 공소장에 명시된 배임 혐의 액수는 651억원이었습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2022년 6~7월 검찰은 대장동 수사팀을 대거 교체했습니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에 새로 부임한 강백신 당시 부장검사는 전면 재수사(2차 수사)에 돌입했고요. 그 결과 검찰은 2023년 1월까지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이 7886억원의 부당이득을 얻거나 제3자가 얻도록 했다며 추가기소했습니다. 같은해 6월에는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을 요청해 배임 혐의 액수를 651억원에서 4895억원으로 늘렸습니다.
2차 수사는 이재명 대통령과 측근을 향한 기소로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인 2023년 3월 기소됐습니다.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며 민간업자들에게 유리한 사업 구조를 승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이었습니다. 이 대통령의 측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졌고요.
현재 재판은 크게 두 개로 나뉘어 진행 중입니다. 지난달 31일 1심 선고가 나온 민간업자들과 유동규 전 본부장 등 5명에 대한 재판과, 이재명 대통령과 정진상 전 실장에 대한 재판입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대통령의 형사상 불소추특권'을 명시한 헌법 84조에 따라 재판이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면관점들 : 정부 "의견만" 검찰 "외압" 반발
이제 쟁점은 검찰이 왜 항소를 포기했는가입니다. 먼저 서울중앙지검 내에서도 1차 수사팀과 2차 수사·공판팀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2차 수사·공판팀은 만장일치로 항소 의견을 모았다며 "대검과 중앙지검 지휘부가 부당한 지시와 지휘를 통해 항소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는데요. 강백신 대구고검 검사는 법무부가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습니다. 1차 수사팀 일부 검사들은 자신들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반발에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법무부는 의견만 줬을 뿐 수사지휘를 한 것은 아니라며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과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이 논의해 내린 결론이라고 반박합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0일 대장동 항소 보고를 받고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줬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피고인에 선고된 형량이 검찰 구형보다 높게 나왔고,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수사 검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한 점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만석 직무대행과 정진우 중앙지검장은 검찰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무적 고려가 있었다는 취지로 발언했습니다. 정 지검장은 사의를 표하고 지난 9일 "대검의 지시를 수용하지만 중앙지검의 의견이 다르다"고 했습니다. 경향신문 취재에 따르면 노 직무대행은 지난 10일 대검 연구관들과 만나 "용산이나 법무부와의 관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 직무대행은 어제(12일) 항소 포기 결정을 주도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의 기계적 항소·상고에 대해 한 비판을 근거로 항소 포기 '외압'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대통령실은 "정무적으로 복잡한 일에 굳이 끼어 사달을 만들 이유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요.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검찰의 반발을 두고 "검찰개혁 저지를 위한 고도의 수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도 높은 개혁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검찰이 중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조치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장동 사건이 기계적 항소를 시정하는 첫 사례가 되는 게 맞냐는 겁니다. 정의당은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검찰개혁을 '내로남불'로 만드는 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범죄수익 환수를 두고도 우려가 있습니다. 정성호 장관은 지난 10일 "(범죄수익 중) 2000억원 정도는 이미 몰수보전 돼 있고,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민사소송도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인 신상진 성남시장도 같은날 "진행 중인 (민사) 소송을 통해 검찰이 기소한 4895억원의 배임 손해액을 포함한 소송가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성남시는 손해배상액이 형사재판에서 확정된 규모를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반발하는 검찰에 대한 시선도 곱지는 않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즉시항고 포기와 김건희 여사 무혐의 처분 등에는 왜 잠잠했느냐는 건데요.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검찰이 범죄 혐의가 명백한 김건희씨를 대놓고 봐줬을 때,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항고를 포기했을 때 연판장이라도 돌리며 들고일어나야 했던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과거 보수정권 당시 항소 포기나 '제 식구 감싸기'식 항소 포기에도 침묵했습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1년엔 검찰이 불법 후원금 수수 혐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에게 징역형을 구형했음에도 1심 선고유예 판결에 항소를 포기했고요. 2018년 김모 부장검사 강제추행 사건에도 검찰은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1심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에 항소를 포기했습니다.
이번 항소 포기 논란은 수사·공소기관의 정치적 중립이 왜 중요한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검찰개혁이 검찰청에서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으로 간판을 교체하는 것에 그치지 않으려면 재배치될 검사들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정부 역시 개입을 최소화해 본보기가 돼야 하고요. 정치적 중립을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정부와 검찰 모두 '공익을 대변한다'는 역할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12·3 불법계엄 관련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어제(12일) 구속됐습니다.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어제 자택에서 체포됐습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알리지 않고(직무유기),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증언에 흠집을 내려고 그의 계엄 당일 행적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를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만 반출한 혐의(국정원법상 정치 관여 금지 의무 위반) 등을 받고 있습니다. 황 전 총리는 계엄령이 선포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원식 국회의장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체포하라고 글을 올렸다가 내란 선전·선동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수사 종료를 한 달 여 앞둔 내란 특검팀이 수사 막바지에 동력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재혼사실' 노출 없앤 등본
기존에 재혼가정의 자녀는 등·초본에서 '배우자의 자녀'로 표기됐는데요. 재혼 가정의 사생활이 노출되지 않도록 앞으로는 세대주의 배우자 외 가족(부모·조부모·형제자매 등)은 '세대원'으로, 그 외에는 '동거인'으로 표기됩니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의 주민등록법 시행령·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어제(12일) 밝혔습니다. 외국인의 이름 표기도 개선됩니다. 외국인의 경우 가족관계등록 서류에는 이름이 한글로 표기되고 주민등록표 등본에는 로마자로만 표기돼 두 증명서에 표기된 사람이 동일인임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는데요. 앞으로는 등본에 한글 성명과 로마자 성명이 모두 표기돼 신원 증명이 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청년 고용률 18개월째 내리막
10월 취업자 수가 10만명대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청년 고용률은 18개월째 하락했습니다. 국가데이터처가 어제(12일) 발표한 2025년 10월 고용동향을 보면 10월 취업자 수는 2904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3000명 늘었습니다. 하지만 청년고용 부진은 심해졌습니다. 나이별로 보면 60대 이상(33만4000명)과 30대(8만명)만 취업자 수가 늘고 나머지 연령대는 감소했는데요. 청년층(15~29세) 취업자 수는 1년 새 16만3000명 줄며 가장 감소 폭이 컸습니다. 청년층 인구감소 영향과 더불어 기업의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트럼프와 햄버거
🍔지난달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 힐튼호텔에서 룸서비스로 햄버거를 시켜 먹은 것이 화제가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햄버거 주문은 디테일했는데요. 햄버거에 소스는 바르지 말고, 아메리카 치즈를 올려달라고 주문했습니다. 특히 케첩을 많이 달라고 주문했어요. 그가 햄버거를 주문한 시점은 이날 오후 4시30분. 오후 2시39분에 한·미 정상회담을 겸해 새우, 전복, 관자 해산물 샐러드와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갈비찜을 먹고도 햄버거를 주문한 것이죠. 🍔트럼프는 왜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인 햄버거를 시켰을까요. 그것도 '아메리카 치즈와 케첩 듬뿍'이라는 특이한 주문을 덧붙여서요. 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는 경향신문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햄버거는 음식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라고 말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5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때 기존 정치권을 비판하는 포퓰리즘 전략을 사용했는데요. 와인, 스테이크 같은 고급 음식을 즐기는 정치 엘리트와 달리 자신은 '케첩을 듬뿍 친 햄버거'를 즐긴다고 강조했습니다. 햄버거는 억만장자인 그에게 '격식 없는 친근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고도의 노림수였던 겁니다. 🍔이 전략은 먹혀들었습니다. 지지자들은 "트럼프는 유기농 루콜라만 먹는 '해안가 엘리트'(민주당 지지자를 칭하는 말)들과 다르다"고 열광했고, 그는 미국 대통령이 됐습니다. 당선 뒤에도 '햄버거 쇼'는 계속됐습니다. 2019년 미 정부가 셧다운됐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 초청된 그해 미 대학미식축구 선수권전 우승팀 선수들에게 햄버거를 내놓았는데요. 정치 전문가들은 "샹들리에가 번쩍이는 백악관 만찬장의 은쟁반 위에 올려진 햄버거는 '예산 감시'라는 의회 고유의 기능을 희화화하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러한 전례들을 비춰보면 그의 스펙터클한 햄버거 쇼가 지난달 29일 우리나라 경주에서도 펼쳐진 것 아닐까요.
최근 연세대, 고려대 등 일부 대학에서 학생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사용해 시험문제 답안을 작성하는 부정행위가 잇따라 발생했는데요.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는 "다들 하는데 뭔 대수냐"는 등 부정행위가 익숙하다는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AI가 보편화되면서 대학의 평가 방식 전반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12일) 레터에서는 이공계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애국심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떠나는 인재들을 붙잡을 수 있도록 '연구하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야 할 텐데요.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을 다룬 오늘 레터는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합니다. 독자님이 보내주시는 피드백은 점선면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됩니다. 레터에서 다뤄줬으면 하는 주제를 추천해주셔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