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모저모 #뉴진스 복귀 #체포동의안 CONTENTS
에디터 PICK | 학벌주의 세상에서 '투명가방끈' 꿈꾸는 사람들
오늘의 브리핑 | 2026학년도 수능 이모저모 외
점선면 사전 | 체포동의안
밑줄__ | '20% 할인'된 겨울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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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주의 세상에서 '투명가방끈' 꿈꾸는 사람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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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끝났습니다. 한국에서 수능날은 일종의 '명절'입니다. 거리 곳곳엔 수험생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수능 당일엔 비행기까지 잠시 멈추는데요. 온 나라가 수험생에 집중하는 이 날을 조금 다르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단체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입니다. '가방끈'으로 표현되는 학력, 학벌 차별에 반대하며 가방끈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인데요. 이들은 '수능 100일' 대신 '저항 100일'을 세며 '수능 다음의 세계'를 상상해왔다고 해요. 우혜림 기자가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을 지난 10일 만났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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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날은 일종의 '명절'이다. 거리 곳곳엔 수험생을 응원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수능 당일엔 비행기까지 잠시 멈춘다. 온 나라가 수험생에 집중하는 이 날을 조금 다르게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벌 중심 사회에 저항해온 시민단체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을 지난 10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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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가방끈은 2011년 '대학입시거부선언'에서 출발했습니다. 대학 진학을 거부한 10대 학생들이 모여 "우리는 '낙오자'가 아닌 '거부자'"라고 선언하고 '가방끈'으로도 불리는 학벌주의가 사라지길 바라며 투명가방끈을 결성한 것인데요. 특히 투명가방끈은 청소년의 삶이 '대입'이란 획일적 목표에 휩쓸려가는 현실을 비판하며 매년 11월 대학에 가지 않은, 혹은 가지 못한 청소년들의 존재를 드러내 왔습니다.
올해 수능을 앞두고 투명가방끈은 '저항일력'이라는 걸 만들었습니다. 수능 디데이 100일을 세던 문화를 뒤집어 '수능 저항 100일'을 기록한 건데요. "아무도 시험 때문에 고통받지 않아야 합니다. 우리의 존재는 시험 그 이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교육에서 사다리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함께 손잡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등 입시 경쟁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쓴 문장들을 모아 하루 하나씩 기록했습니다.
투명가방끈 결성부터 함께한 활동가 난다(활동명)씨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습니다. 그가 "단풍이 들고 꽃이 피는 세상을 두고 책상 앞에만 10시간씩 앉아 있는 답답함"보다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성적을 기준으로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어른들의 말이었습니다. "너 그러다 지방대 간다" "나중에 커서 배추 장사나 한다" 등 점수로 '실패자'를 구분 짓는 말들이 싫었습니다. "책상 앞에 앉아도 진짜 내 자리는 없는 느낌"을 떨치기 위해 난다씨는 학교 밖으로 나왔습니다. 고등학교 안에서 '끈기 없는 학생'으로 평가받던 난다씨는 투명가방끈에서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활동가 공현(활동명)씨는 소위 명문대에 진학했습니다. 사람들은 오직 대학 이름으로만 자신을 평가했습니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의 모습은 다른 곳에 있는데…" 학벌로만 평가받는 현실이 재미없었던 공현씨는 대학을 떠나 투명가방끈에 들어왔습니다. 공현씨는 자신을 '명문대 중퇴생'이 아닌 "웹소설 10개를 동시에 읽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웃었습니다.
연혜원씨는 대학원 연구 과정에서 "학벌주의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인터뷰한 혜원씨는 "공부를 못하는 애", "대학을 못 간 애"라는 낙인이 현장실습생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까지 정당화한다는 사실을 느꼈습니다. 대학원 내에서 출신학교 등으로 차별받는 자신의 모습이 그 학생들과 겹쳐 보였습니다. "불행이 닥치도록 설계된 세계가 수능이 만든 세계"라는 것을 깨달은 혜원씨는 지난 10일 "우리는 수능이 만든 세계에 살지 않는다"라는 구호를 손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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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제(13일) 수능이 끝났습니다. 이들의 '저항 100일'도 끝이 났는데요. 혜원씨는 말합니다. "먹물이 담긴 컵에 물 한 방울을 넣는다고 먹물이 사라지진 않지만 그 한 방울이 쌓인다면 물이 투명해질 수 있잖아요. 한국 사회 학벌주의도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100일 동안 매일 한 문장을 기록하듯 작은 저항들을 꾸준히 쌓는다면 우리 사회 '가방끈'도 투명해지지 않을까요?"
혜원씨의 바람처럼 우리 사회의 '가방끈'은 전보다 투명해졌을까요? 안타깝지만 우리 사회의 가방끈에 대한 집착은 더 심해진 듯 합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올해 76.3%로 1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입니다. 한국리서치가 공개한 '2025 교육인식조사'에 따르면, 학력과 학벌에 따른 차별이 심하다는 응답도 80% 이상으로 나타났습니다. '4세고시' '7세고시'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로 대입경쟁은 유아 수준까지 내려 간 지 오래입니다. 입시경쟁과 학력·학벌 차별사회 문화를 바꾸겠다며 투명가방끈이 출범한 지 14년이 흘렀는데도 '대학간판'이 인생을 결정짓는다는 우리 사회의 믿음은 도리어 공고해지고 있는 이 현실, 이제는 바꿔야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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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학년도 수능 이모저모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어제(13일) 전국 1310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실시됐습니다. 이번 수능은 출생아 수가 많았던 2007년생이 재학생으로 치러 7년 만에 가장 많은 수험생이 응시했는데요. 의대 모집인원은 증원 전 규모로 돌아와 최상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거란 전망이 나옵니다. "긴장된다고 눈물까지 보였다"는 딸이 걱정돼 나온 학부모부터, "넌 우리의 자랑이야"라며 어깨를 토닥인 교사까지 전국이 한마음이 됐습니다. 경찰은 교통 정체에 갇힌 수험생들을 순찰차에 태워 주는 등 입실을 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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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시장에 트럭 돌진, 2명 사망
경기 부천시 한 전통시장에서 어제(13일) 1t 트럭이 시장 안 인도로 돌진해 2명이 숨지고, 18명이 크게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부천 오정경찰서에 따르면 어제 오전 10시55분쯤 부천시 오정구 제일시장에서 60대 남성 A씨가 몰던 트럭이 갑자기 속도를 내며 돌진했습니다. A씨는 경찰에서 "브레이크를 밟았는데 작동하지 않았다"고 진술했습니다. 경찰은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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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돌아온다
5인조 걸그룹 뉴진스 멤버 전원이 어도어로의 복귀를 전격 선언했습니다. 관건은 '민희진 없는 어도어'에서 뉴진스가 어떤 색깔의 음악을 보여주느냐인데요. 강렬한 훅 등 케이팝의 전형을 따르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보여줬던 뉴진스의 색채가 사라질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일단 하이브 주가는 오르며 주주들의 기대감을 보여줬습니다. 민희진 전 대표는 어제(13일) 입장문에서 "선택을 존중하고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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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체포·구금영장 발부를 위해 국회로부터 받아야 하는 동의🏛️를 말합니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기 때문인데요. 이를 '불체포특권'이라고 부릅니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 이를 보고하고, 본회의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합니다. 어제(13일) 국회 본회의에는 12·3 불법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보고됐는데요.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체포동의안은 가결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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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치우고, 창을 열어본다. 찬 공기가 가슴 깊숙이 들어온다. 동네 할머니들이 통통해진 배추와 무를 뽑는다. 낮은 짧아졌고, 해가 저물면 공기 속에 쇠 냄새가 묻어난다. 밤이 깊어지자 잠에서 깨어난 올빼미가 날개를 펴고 동족을 부른다. 혹여 누군가 내게 오늘이 무슨 날인지 묻는다면 이렇게 답해보려 한다."
- 신유진 작가 <계절의 언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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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왔습니다. 정보가 넘치다 못해 공해 수준에 이른 시대, 신유진 작가는 겨울을 처음 알린 것이 "패딩 점퍼 파격 세일을 알리는 광고 문자였다"고 말하는데요. 어째 실감이 나질 않습니다. 신 작가는 그 원인을 가난한 지금의 언어에서 찾습니다. '지금 사지 않으면 놓칩니다'처럼 휘발성만 강조하는 문장 속에서는 어떠한 생명력도 느낄 수 없다는 겁니다. 신 작가는 "우리가 무엇과 관계 맺고, 무엇을 반복하며, 지속하길 원하는지, 우리가 진짜 누구인지를 말해줄 언어를 되찾아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하는데요. 궁금해집니다. 독자님의 오늘은 어떤 날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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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13일) 레터는 대장동 항소 포기 논란에 대해 정리해봤는데요. 검사들의 선택적 반발에 분노하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한 독자님은 과거 정치인이나 부장검사 사건은 수사팀이 항소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주셨는데요. 당시에도 "담당 검사가 이런 (항소 포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지휘부의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인 반발은 나온 적이 없습니다. 이번 대장동 사건 1차 수사팀에서도 검찰 내 반발이 "선택적"이라는 지적이 나왔고요. 이번 사안을 두고 항소 포기가 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과 이전에는 왜 침묵했느냐는 비판이 함께 나오는 이유입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학력, 학벌 차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투명가방끈'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독자님은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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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독재정권 등 독재정권에는 해바라기 검사가 돼 부조리에 대해 한마디도 못하다가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민주정권에서는 할 말, 못할 말 다 해버리는 검사들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암적 존재입니다. (익명의 독자님)
💬궁금했던 이야기였는데 잘 봤습니다. 참 아이러니하네요. 여야, 검경을 막론하고 어떤 사건에서는 불의와 외압을 참지 못하고 일어서고, 어떤 사건은 그냥 넘어가고. 결국엔 집단 이익논리로 귀결되는 거 같아서 씁쓸하네요. (익명의 독자님)
💬이번 항소포기 사건의 핵심은 수사팀에서 항소를 하려고 했는데, 대검찰청에서 승인을 하지 않아서 항소를 하지 '못한' 겁니다. 과거의 사건들을 수사팀의 판단으로 항소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드립니다.
수사팀에서 범죄에 대한 선고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항소를 하려는데, 대검찰청이 승인 권한을 이용해 항소를 하게 하지 못한 건 권력의 남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 기자들이 열심히 취재해둔 사안을 경영진에서 덮으라고 하는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핵심은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권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실무자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정의를 다퉈볼 기회를 박탈한 것으로, 법치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개탄스럽습니다. (글쎼요님)
💬인공지능(AI) 커닝에 대해 저는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제 분노가 곧 의미 없어질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을 하게 됩니다. 앞으로는 AI를 누가 더 활용을 잘 하느냐가 능력이 될텐데 대학시험도 AI를 활용해 더 나은 답안지를 제출한 학생에게 높은 학점을 주자는 쪽으로 여론이 형성될 것만 같아서요. 누가 더 암기력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더 AI활용을 더 잘 하느냐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고 봅니다. (일송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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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면팀은 늘 독자님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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