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 먹튀 사건이란 론스타가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한 사건을 뜻합니다. 이 사건은 조진웅 배우가 주연으로 나온 영화 <블랙머니>로 영화화되기도 했는데요.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에 되팔고, 한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타임라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불행의 시작은 1998년 IMF 사태입니다. 외환은행은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경영난을 겪게 되는데요. 2003년에는 외환은행 자회사였던 외환카드가 '카드대란(신용카드 발급 남발로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사건)' 직후 부실카드사 명단에 오르고, 현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채무를 갚지 못하게 되면서(이른바 현대그룹 부실채권 사태) 경영이 더욱 악화됩니다.
이에 대주주였던 독일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 지분을 사모펀드에 팔게 되는데, 그 사모펀드가 바로 론스타입니다. 론스타는 1995년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에서 시작됐고, 지금도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미국계 사모펀드입니다. 국제금융기구, 공공연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텍사스 석유재벌 등이 주요 투자자로 참여하는 폐쇄형 사모펀드로, 부실 회사를 싼값에 사서 비싼 값에 되파는 것으로 수익을 보는 '기업사냥꾼'으로 유명합니다. 론스타는 노무현 정부때인 2003년 70조원 가치의 외환은행을 1조원에 인수합니다. 그리고 론스타는 이명박 정부때인 2012년 외환은행을 3조원이 넘는 수익을 남기고 하나은행에 4조원에 되팝니다.
론스타는 같은 해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손해를 봤다면서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한국 정부가 6조원을 물어내라'는 취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합니다. 원래 론스타는 홍콩상하이은행(HSBC)에 외환은행을 6조원에 팔려고 했는데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2003년 외환은행 자회사이던 외환카드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식 일부를 소각하겠다는 감자설을 퍼뜨려서 주가를 떨어뜨린 혐의로 2011년 유죄 판결을 받음)을 이유로 매각 승인을 늦추면서 HSBC가 인수를 포기했거든요. HSBC가 제시한 인수금액을 토대로 손해배상액 6조원이 산정된 겁니다.
10년에 걸친 지난한 소송이 이어지고, ICSID는 윤석열 정부때인 2022년 론스타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달러(약 3200억원) 배상금을 물어줘야 한다고 결정합니다. 이 결정에 론스타와 정부 모두 불복해 취소신청을 제기했는데요. 그 결정이 지난 18일 나온 겁니다. 결과는 우리 정부의 '완승'이었습니다. 이자를 포함한 배상금 4000억원을 주지 않아도 되고, 우리 정부가 지출한 소송비 73억원도 론스타가 물어주라는 결정이 나온 것이죠.
우리 정부가 승소한 이유는 한국 정부가 론스타에 2억 달러를 물어주라고 한 원래 판정에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입니다. 원 판정에서는 '하나은행과 론스타간 국제상공회의소(ICC) 상사중재 판정문'이 주요 증거로 채택됐는데요. 한국 정부가 당사자로 참여하지도 않은 별개의 사건인데 주요 증거로 받아들여졌으며, 한국 정부가 이 증거에 대해 의견을 내거나 유리한 증거를 제출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는 점이 받아들여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