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맥락들 : "기름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정확한 화재 경위는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되는 요인들은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안전공업은 금속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기름(절삭유)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이 절삭유가 평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작업장에 잔뜩 묻어 있었다는 말이 계속 나옵니다. 기름이 미세한 입자 형태로 공기에 떠다니는 상태인 '유증기'도 현장을 뿌옇게 덮을 지경이었다고 해요. 언제든지 화재가 크게 번질 수 있는 '기름 범벅' 작업장이었던 셈입니다.
특수검진을 위해 이 공장을 여러 차례 방문했던 의사는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현장에 항상 유증기가 뿌연 정도로 보였고, 4시간 정도 검진하면 안경에 기름이 묻어나올 정도였다"며 "철제 계단 손잡이에 유증기가 이슬처럼 맺혀서 뚝뚝 떨어지기 직전 상태도 본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다른 의사도 "절삭유를 스프레이 형태로 사용하는 공장 중에서도 유독 바닥에 절삭유가 심하게 묻어나고 냄새가 심했다"고 했어요.
사측이 이런 상황을 알고도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큰 문제입니다. 전·현직 직원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여러 번 개선 건의를 했지만 비용 부담 등 이유로 실제 조치까지 이어지지 않았다"거나 "환경이 너무 안 좋고 개선 의지가 있으나 위쪽에서 막는 느낌이 강하다"는 증언을 쏟아냈습니다.
무허가 증축으로 인해 대피 동선이 꼬였는지도 들여다봐야 합니다. 9명이 숨진 2층 헬스장과 1명이 숨진 휴게실은 사측이 무단으로 증축한 공간이었습니다. 자세한 상황은 수사를 통해 밝혀지겠지만, 화재 당시 2층에서 직원들이 뛰어내려야 했던 건 대피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서였을 가능성이 있죠. 그 외에도 벽면과 지붕의 재료였던 '샌드위치 패널'이 화재를 키우지는 않았는지, 공장 내 보관돼 있던 위험물질인 금속 나트륨은 화재 예방·진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밝혀져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안전공업으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은 현대자동차 등 원청 대기업들의 책임도 따져봐야 한다고 봅니다. 기업은 자신과 '공급망'으로 연결된 협력업체 등의 인권 문제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국내에서는 이 '공급망 책임'을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법은 없지만, 해외에서는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관련 원칙·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등의 흐름이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도 협력업체들의 안전·보건 상태를 평가하는 체계를 두고 있었지만 안전공업에서는 위험한 작업이 이어져 왔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