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행사를 위해 하이브가 지불한 비용은 약 9000만원입니다. 광장 사용료가 약 3000만원, 경복궁·숭례문 사용·촬영 허가 비용이 6120만원입니다. 현장에 경찰·소방·서울시 공무원 등 공공인력이 1만명 이상 투입된 점을 고려하면, 실제 정부가 부담한 유무형의 비용은 하이브가 낸 비용보다 훨씬 큰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정부는 인파 밀집과 테러 위협에 대비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행사의 본질은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특정 회사의 사업입니다. 하이브는 이번 공연의 티켓값은 받지 않았지만, 굿즈와 앨범 판매 수익 등으로 올해 2조원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이런 행사에 막대한 국가 행정력이 투입된 것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김상철 문화연대 정책위원은 "정부나 서울시의 도움 없이 순수 민간 기획사 차원에서 이런 규모의 행사를 기획할 수 있겠냐"며 "이 점만 봐도 이번 행사가 얼마나 예외적이고 특혜적인지 생각해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무원노조도 공무원 대규모 동원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고 "정당한 보상도 없이 휴식권과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고요.
✏️곳곳에서 침해받은 '시민의 일상'
공연 당일 광화문 일대는 지하철, 시내버스, 일반 차량 등 모든 교통수단의 접근이 막혔습니다. 시민들은 광장 곳곳에 설치된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소지품 검사를 받아야 했고요. 인근 빌딩 31곳의 출입도 통제됐습니다. 공연장 우회 입장이나 옥상 관람을 하려는 인파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였다고 하는데요.
이런 조치 때문에 광화문 일대 직장인 일부는 공연 당일 강제로 연차를 써야 했고, 광장을 가로지르려던 시민들은 먼 길을 돌아가야 했습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결혼식을 치르려던 예비 부부들은 교통 통제로 손님들의 발이 묶일 걱정에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요. 또 광장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던 시민들은 광장을 사용할 권리를 잃었습니다. 이태원 참사를 떠올리면 안전 관리를 한층 더 강화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이동권과 집회의 자유 등 기본권이 침해됐다는 점 또한 분명합니다.
✏️'국익에 따른 불편'은 당연한 걸까
물론 BTS의 컴백 공연을 넷플릭스가 190개국에 생중계했고, 77개국에서 시청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전 세계가 주목한 행사였기에, 한국 문화의 위상을 홍보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런 까닭에 정부는 국가유산인 경복궁과 광화문을 내주고, 전례 없는 규모의 공공 자원을 투입해 행사가 안전하게 치러지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국익을 위한 행사' 때문에 시민들이 그만큼의 '불편 비용'을 치렀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관련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논란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문화유산과 공공공간을 어떤 행사에 어떤 방식으로 내주는 것이 적절한지 뒤늦게나마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민의 기본권이 침해당하는 부분은 없는지, 그럴 경우 시민의 이해와 동의를 충분히 구했는지도 판단 기준에 포함될 수 있을 거고요.
백범 김구 선생은 자서전 <백범일지>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게 아니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라고 말했는데요. 국익이라는 거대 명분 앞에서 시민의 불편을 당연하게 치부하는 나라라면, 과연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강국'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