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몸이 아프거나 불편해지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지게 마련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다른 이의 손이 필요한 사람들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돌봄'이란 아직까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특히 노인·장애인이나 까다로운 돌봄을 요구하는 경우에 그래요. 비싼 값을 치르거나, 그럴 수 없다면 서비스의 질을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애초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이 너무 적어서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도 하고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답으로 문을 연 곳이 사회서비스원입니다. 그런데 생긴 지 5년이 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최근 급작스럽게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됐어요. 돌봐주던 손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게 된 이들의 황망함이 큽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김송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5년 전 서울시 공공돌봄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로 문을 열었던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7월 말로 사업을 종료한다. 7월 마지막 날로 서사원 노동자들은 모두 일터를 떠난다. 서사원 서비스 이용자들도 이용 종료를 통보받았다.

서울시는 서사원이 방만 경영으로 효율적인 예산 집행에 실패했고, 공공돌봄 역할 역시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했다. 해산 국면에서 이용자들 목소리는 반영하지 않았다. 경향신문이 지난 한 달간 만난 이용자들과 노동자들은 서사원을 대체할 민간 시설이 없거나 서사원보다 낮은 질의 돌봄을 받게 될까 우려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준비·대안 없이 공공이 놓아버린 사회적 약자들은 민간으로 내몰리게 됐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열세 살 딸을 홀로 키우는 강순영씨(가명·34)는 4년 전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감정 조절을 어려워하는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1년간 또래 아이들과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았다. 도움이 필요했던 강씨는 집 근처 민간 기관 대여섯 군데에 연락해 활동지원사를 문의했지만 대기조차 걸 수 없었다. "연락했던 민간 기관들이 모두 '사람이 없다'며 거부했어요. 그때 유일하게 받아준 곳이 서사원이었어요."

그해 겨울 연이 닿은 서사원은 지난 4년간 강씨 모녀의 일상을 지켰다. 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까지 서사원 소속 활동지원사가 딸의 등하교와 학교생활을 도왔다. 불안해하던 딸은 곁을 지키는 어른이 생기니 진정을 되찾았다. 갑자기 소리를 지르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빈도도 줄었다. "학교 가기 싫다고 울고 싸우는 게 매일 반복이었는데, 지원사 선생님이 오시고 나선 아이가 훨씬 좋아졌죠." 딸이 안정을 찾고, 강씨도 생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안정은 오래 가지 못했다. 지난달 6일 서사원 운영 종료를 통보받은 강씨는 다시 불안이 커졌다. 사업 종료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미처 뭐라 대응할 틈도 없이, 6월 말 문을 닫고 7월 말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강씨는 "미혼모라서 아이를 봐줄 수 있는 사람도 없는데 당장 7월 이후 근무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암담하다"고 말했다.

강씨는 4년 만에 다시 민간 기관에 연락을 돌렸다. 여전히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웠다. "민간 기관 명단을 보니 옛날에 연락했던 곳들이랑 똑같더라고요. 새로 생긴 기관들이 있는 것도 아녜요."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딸이 받는 활동지원급여가 120시간이라는 점이 강씨의 애를 태웠다. 시급제로 일하는 민간 기관 종사자들은 하루 중 서비스 시간이 더 긴 이용자를 선호한다. 한 번 출근했을 때 보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기관에 연락을 돌리던 강씨가 '(활동지원급여) 몇 시간 받느냐'는 질문에 "120시간"이라고 답하자 예상했던 답이 돌아왔다. "(급여) 시간이 적으니 좀 기다려야겠네요."

서사원이 문을 닫는 과정을 보며 10여년 전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가 떠오릅니다.

경남 진주의료원은 2013년 문을 닫았습니다. 당시 경남도지사이던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방만경영을 문제삼으며 폐업을 주도했어요. 도지사 당선 2개월 만에 진주의료원 폐쇄를 주장했고, 이후로 3달 뒤에 실제로 문을 닫았습니다. 대척점에는 노조가 있었고요. 오히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공의료원 적자는 "착한 적자"라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서사원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취임하고 원장이 교체됐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회 구성이 국민의힘 다수로 바뀐 이후 시의회에서 '방만경영' '귀족노조' 같은 비판의 대상이 됐어요. 꾸준히 흔들리던 서사원은 결국 2024년 문을 닫게 됐습니다. 서울시는 서사원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게 근처 방문요양기관에 연결해 주겠다고 했지만 공염불에 그쳤고요. 결국 이용자들이 직접 대책을 찾고 있는 실정입니다.

코로나19가 전국을 뒤덮었던 시기 서사원과 진주의료원 비교도 해 볼까요?

코로나19 시기 경남 서부 지역에서 발생한 확진자들은 음압병실이 부족해 마산·양산 등으로 한 시간 이상 이동해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폐업한 진주의료원이 이때 자주 재조명됐죠. 경남 지역이 전국 시·도에서 인구당 공공병상 수가 가장 부족한 곳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19년 보건복지부가 경남 등 공공의료가 부족한 지역에 공공병원 신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역 숙원사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건립되는 새 진주의료원은 2027년 문을 여는 게 목표예요.

서사원은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돌봄이 절실한 확진자들을 돌봤습니다. 누군가 돌봐줘야 일상생활이 가능한 이들에게 '자가격리'란 날벼락 같은 소리였어요. 특히 중증장애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민간에서는 돌봄인력 감염 우려와 예산 소요를 이유로 확진자 돌봄을 맡아 주지 않았어요. 이를 서사원이 '공공돌봄'으로 감당한 것이죠.

코로나19 같은 비상상황이 언제라고 또 생기지 않으리란 법이 없고 '돌봄대란'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닥쳐올지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꼭 감염병 시기가 아니더라도 공공돌봄의 필요는 차고 넘치고요. 사회서비스원이란 안전장치 없이 괜찮은 걸까요?

아이·노인·장애인 할 것 없이 돌봄 수요가 점점 늘어갑니다. 돌봄이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될수록, 서비스 공공성에 대한 요구도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비싸지 않으면서 일정 수준을 충족하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죠. 공공성을 갖춘 돌봄, 필요한 돌봄이고 누군가 돌봐야 할 돌봄입니다.

돌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돌봄을 '저임금 노동' '2등 노동'으로 보는 인식을 바꿔야 돌봄 서비스의 질이 올라간다는 건 상식입니다. 사회서비스원은 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소중한 사회적 실험의 장이었습니다. 5년도 못 가 멈추게 된 이 공공돌봄을 이제 누가 돌보게 될까요?

서울시는 일단 다음달 공공돌봄 강화안을 내놓겠다는 계획입니다. 서사원의 빈자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의미 있게 채울지 지켜볼 일입니다.